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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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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85) 강직불사(剛直不私)

- 굳세고 곧아서 사사로움이 없다

  • 기사입력 : 2023-06-27 08: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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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1970년부터 1973년까지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았던 사람들은 훈련소장 정봉욱(鄭鳳旭) 육군 소장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논산훈련소에 들어가면 가끔 훈련소장 훈시가 있는데 가장 짧으면 두 시간, 길면 다섯 시간 동안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특이하였다. 훈련소에 있는 동안은 잘 몰랐고 그 이후 계속 그에게 관심을 갖고 알아봤더니 그는 대한민국 육군 장성 가운데서 가장 강직한 장군이었다.

    그의 경력은 특이한데, 본래 북한군 소좌였다. 연대 병력을 이끌고 다부동 전투에 참여하였다가 상관의 부당한 작전지시에 항의하여 2000명의 연대 병력을 이끌고 대한민국으로 귀순하였다. 대한민국에서는 육군 소령으로 임명하였다. 6·25전쟁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장군으로 승진하였다.

    그는 공산주의 이론에 가장 정통하였는데 그의 연설 내용은 공산주의 이론의 허구성을 밝히는 것이었다. 저서도 몇 권 남겼다. 그의 가장 큰 특성은 강직함이었다. 당시 공무원 사회보다 더 부패한 곳이 군대였는데 군대 가운데서도 가장 부패가 심한 곳이 논산훈련소였다. 장교들이 보급품을 빼내어 팔아 먹는 것은 물론이고 사병들의 병과 선정, 근무지 배치 등을 돈을 받고 거래하거나 권력자들의 청탁에 따랐다.

    이런 사정을 안 박정희 대통령은 정봉욱을 투입하였다. 정봉욱 소장이 훈련소장으로 부임하자 논산의 경제가 안 돌아갔다. 훈련소에서 군수물자가 부정적인 방법으로 공급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부정에 관련된 장교들을 다 구속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이 귀하던 당시 장교들은 군용 지프차를 몇백 리 밖에 있는 자기 고향의 친척 결혼식 등에도 이용하게 했다. 정 소장은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작전 이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번은 자기 부인이 시장에서 장을 봐 짐을 잔뜩 들고 걸어오자 운전병이 지나가다 보고 태워 주었다. 당장 운전병과 자기 부인을 구속시켜 버렸다. 장교들 사이에서 “정봉욱은 미친 놈이야”라고 따돌림을 당했지만, 박 대통령이 그를 알아주었다. 김신조 124부대 침공 이후 거기에 대응할 간부 양성기관인 제3사관학교 창설 주무자고, 초대 교장이었다. 그 당시 사관생도에게 얼마나 감화를 주었던지 2018년 95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 육군 제3사관학교 동창회장으로 장례를 치렀고, 지금도 참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직종을 막론하고 이런 공직자가 있을까? 돈봉투사건, 뇌물수수, 거짓말선동, 인사청탁, 정경유착 등 사회지도층 정치인들의 부정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도덕성에 얽매이지 말자”라는 주장을 하는 야당 국회의원까지 있다. 멋대로 권력을 휘둘러 부정을 하자는 말인가? 부정을 하고 뇌물을 받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결국 한 개인의 마음의 문제다. 마음은 가만 놔두면 제 마음대로 한다. 절제를 가해야 한다. 절제를 가하는 것이 곧 수신(修身)이고 수신의 핵심은 경(敬)이다. 경은 마음을 단속하는 힘이다. 유학의 최고 지향점은 경이다. 경은 곧 자기에게 달려 있다.

    * 剛 : 굳셀 강. * 直 : 곧을 직.

    * 不 : 아닐 불. * 私 : 사사로울 사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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