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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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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다시, 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와 성찰을 하며- 정선호(시인, 200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 기사입력 : 2023-04-06 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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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전국의 많은 신문사가 신춘문예를 통해 많은 신인 문학인들을 배출했다. 필자 역시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서 시 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나와 22년째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세계적으로 ‘등단’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한 등단이 대부분이다. 작품집 출판이나 문학상 수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늘었으나, 그 역시 등단이라는 제도의 일부이다. 한마디로 등단이라는 제도는 창작활동을 하는 이에게 일종의 ‘자격증’을 주는 것인데, 문단의 세습화, 권력화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으나 현재 한국 출판시장의 열악한 환경과 작품 수준을 따졌을 때는 작품 수준이 검증되는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문인이 창작하는 문학 작품은 대부분 신문이나, 문예지, 작품집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읽히고 학교의 학습 교재로 사용된다. 그래서 문학 작품은 창작자의 많은 학습과 경험, 창작의 고뇌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등단한 문인이라도 등단 이전보다 이후에 더욱 많은 학습과 창작의 고뇌가 있어야 하는데, 필자는 지금까지 그런 생각들을 지켜 왔는지 이번 기회에 되돌아보았다. 그동안 등단의 관문을 통과했다고 안도하며 학습과 창작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문단의 활동만을 앞세워 창작물의 문예지 발표나 문학 행사의 참여에만 중점을 두지 않았는지도 자문해 보았다.

    현재 인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혁명에 기반하여 물리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없어지는 기술 융합의 시대, 그리고 메타버스로 지칭되는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나아간 사회경제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온라인 공간에 살고 있다. 그러한 현실에서 최근 문학계에서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포스트휴먼’, ‘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 용어로 현재와 미래 사회의 문학의 흐름을 진단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등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은 문인들에게 문학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와 성찰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평론가들과 일부 문인들은, 미래의 문학은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 자연이나 로봇 등 세계의 모든 존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최근 쳇GPT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문학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문학윤리’를 되새기고 동양의 여러 경전에서 우려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는 필자도 다시 문학을 하는 근본적인 사유와 성찰도 필요하며, 나와 관계된 자연과 물질에 대한 시각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변하지 않는 ‘문학정신’과 ‘문학청년’ 때의 치열함과 도전정신을 잊지 말아야겠다. 물론 빠르게 변하는 문학의 흐름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학습하는 자세를 항상 가져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정선호(시인, 200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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