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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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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다림질 - 강 숙

  • 기사입력 : 2023-03-16 08:08:39
  •   

  • 엄마가

    흐린 날을 다려요

    풀기 없는 아빠

    기죽어 있는 오빠

    쪼글쪼글해진 내 마음


    엄마가 주름을 펴요

    두 줄 잡힌 바지

    밀고 당기고

    뜨거운 김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그래도 엄마는

    바른 줄을 그어요


    중심 한 줄 잘 잡아

    쭉쭉 다리다 보면

    우리 집 빳빳하게 세워지는 날

    오겠지요



    ☞마음이 흐린 날이 있다. 생기 없이 늘어진 일상을 누군가 다리미로 반듯하게 다려주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가장 역할에 젊음을 다 바치고 힘들어하는 아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막막한 오빠, 성적 때문에 우울해진 나. 가족의 주름진 마음을 곱게 펴주는 역할은 엄마가 맡았다.

    다림질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칫 잘못 다리면 옷감이 상하거나 오히려 선이 잘못 잡힐 수도 있다. 잠시 일탈한 걸음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바른길을 보여 주어야 한다. 엄마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조심스럽게 다림질하여 주름을 펴준다. 세상의 바람을 맞아 삐뚤어지거나 쪼그라진 일상도, 누군가 중심을 잡아 반듯하게 다림질하듯이 바로 잡아주면 제 길을 간다. 이 봄날, 쓸쓸하고 마음이 추운 누군가에게 오늘은 내가 삶의 다리미가 되어 주름살 반듯하게 펴주어 보자. -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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