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8일 (일)
전체메뉴

[촉석루] 확증편향과 사기종인(舍己從人)- 박창권(전 합천부군수)

  • 기사입력 : 2023-02-14 19:57:14
  •   

  • 일상에서 정치 이야기를 안 한지 꽤 오래인 것 같다.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답이 없어서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조차도 정치성향이 다르면 서먹해지기 일쑤이다. 적정한 타협점이 없이 그저 자기주장만 내세우기가 다반사이니, 길게 이야기하다가 자칫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신의 생각으로 답을 정해 두고, 이에 수긍하지 않는 입장을 반박하다보니 서로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을 에티켓으로 여긴다.

    정치현안이 생활주변에서 자연스럽게 공론화되지 못하니, 매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매체는 다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기노선에 맞는 자극적이고 선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통제력 없는 1인 미디어는 이런 상황을 더욱 가속화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대변해주는 미디어를 통해 속이 시원하면서 그 논리에 중독된다. 그래서 자기 성향에 맞는 매체만 골라서 보게 되고, 매체가 확증편향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가 되는 셈이다. 급기야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다른 정보는 무시하거나 외면함으로써 편향적 사고를 촉진한다.

    성리학을 집대성했던 퇴계선생은 편향적 사고의 병폐를 미리 예측이나 한 듯이, 이를 경계하는 말씀을 남겼다. 요지는 ‘나를 버리고 남의 견해를 따르라.’는 사기종인(舍己從人)인데,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학자의 큰 병폐라고 하였다. 천하의 옳은 이치가 무궁한데 어찌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고 할까라고 탄식했던 것이다.

    이처럼 불합리에 대한 큰 가르침이 있었음에도, 편향적 사고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편향성은 선천적 성향과 무의식적인 사회적 학습으로 구성된다고 하니, 일종의 문화현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념부터 의심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나의 관점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보는 것이 어떨까. 이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양극화를 극복하는 첫걸음이 아닌가 한다.

    박창권(전 합천부군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