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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추산동 51-1- 정규헌(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3-02-05 19: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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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 51-1에 가본 일이 있는가? 마산 앞바다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이 떠오르지 않는가? 가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한 위대한 예술가의 역작을 지척에 두고도 놓치고 살고 있다.

    ‘추산동 51-1’은 조각가 문신(1923~1995)이 1980년 파리에서 고향 마산으로 돌아와 둥지를 튼 곳이다. 당시 그는 프랑스 정부가 귀화를 요청할 정도로 유럽에서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는 마산으로 돌아왔고, 추산동 51-1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을 건립했다.

    미술계는 문신을 ‘고독한 이방인’이라 평한다. 한국인-일본인 혼혈로 태어나 일본과 프랑스, 한국을 오가며 살았으며, 회화에서 조각으로 예술영역이 옮겨갔다는 것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그러한 생애가 부단한 창작의 자양분이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방인에게도 고향은 있다. 유년시절 추산동 언덕에서 바라보던 마산의 풍광을 그는 잊지 않았다. 문신은 젊은 시절 어렵게 모은 돈으로 현 창원시립문신미술관 부지 추산동 51-1을 매입했고, 설계부터 옹벽 설치, 바닥 타일 하나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미술관은 장장 14년에 걸쳐 그의 손에 의해 조각처럼 빚어졌고, 그가 작고하기 1년 전인 1994년 개관했다. 흔히 ‘문신’하면 대칭을 이루는 기하학적인 조각을 떠올리지만, ‘문신미술관’이야말로 문신의 땀과 긍지로 완성된 마지막 역작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 위상에 비해 창원시립문신미술관은 찾는 이가 많지 않다. 구도심의 꼬불꼬불한 옛길에, 대중교통 편이 많지 않다는 접근성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그러나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왜 문신이 이곳에 미술관을 짓고 창원시(당시 마산시)에 기증 했는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달리 말해, 고향을 향한 예술가의 사랑이라 필자는 믿는다.

    지난해는 문신탄생 100주년이었다. 이를 기념해 창원시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추진하는 기념사업은 2025년까지 계속된다. 그 시작은 추산동 51-1이다. 고독한 이방인의 필생의 역작이 지척에 있다. 놓치지 말자.

    정규헌(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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