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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안전한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진병진(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12-20 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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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일인 크리스마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믿는 모든 종교인들에게는 구세주가 세상에 내려오신 날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중요한 날이고, 어린이들에게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가져다주실 것이라는 기대감에 젖어 설레는 밤을 보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비단, 기독교인과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모든 이들에게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와 겹친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바쁘게 살아온 한 해를 뒤돌아보는 시간이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특별한 시기이다.

    이런 의미를 담아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차가운 날씨도 아랑곳 않는 수많은 인파들이 삼삼오오 거리를 누비기도 하고, 종교나 연령과 관계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즐거운 성탄절’이라는 의미의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는 인사말을 건네면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희망을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려오고 있다. 그야말로 구세주인 예수가 탄생하셨던 일이 즐겁고, 한 해를 무탈하게 보낸 것이 즐겁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적 인사를 건네면서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온 것이다. 하지만 올 해의 크리스마스는 만남에 대한 기대감과 즐거운 시간에 대한 기다림이 예년에 비해 반감된 느낌이다. 그리고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아쉬움과 희망을 나누는 많은 인파들의 모습도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도 앞선다.

    한 해 동안 감사했던 이들이나 그간 자주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이들과 함께, 아쉬움과 희망을 나눌 수 있는 기쁨을 누려왔던 당연한 일상이, 불과 두 달 전 우리 모두가 겪었던 아픔과 두려움으로 인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 버리고 새해에 대한 기대를 나누고자 거리로 쏟아져 나올 많은 인파들이 주최자 없는 축제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마땅히 누려 왔던 ‘즐거움’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혹은 그러한 두려움과 염려에 매년 가져왔던 추억어린 이들과의 만남마저 주저하게 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에서 기인한다. 비록 주최자가 있는 축제라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주최 측에만 물을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가 지켜야 하는 가장 소중한 대상이며, 이를 지키는 것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기본적 소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우리는 국가가 행사하는 공권력에 순응하고 있고, 국가는 국가가 행사하는 공권력을 활용해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 유지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당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추억어린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코로나로 힘든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거리로 나왔던 이들과 그들의 가족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겪었던 크나 큰 슬픔과 절망을 보았다. 게다가 책임의 소재와 사고의 경위를 불문하고 아픔을 겪는 이들을 국가가 따스하게 보듬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무너지는 상황도 목도하였다. 또한 향후 유사한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책임의 소재를 밝히는데 집중하는 모습에 적잖은 실망과 황망함을 느끼는 경험도 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언제나 보호하고 살펴보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 국가의 공권력은 언제나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진병진(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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