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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2022 가을-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11-01 19: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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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 아름다운 건 구절초, 마타리, 쑥부쟁이 꽃으로 피었기 때문이다’(가을이 아름다운 건),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가을편지1),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살아있음의 축복 가을이여’(가을편지2). 이해인 수녀는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를 시에서 답하고 ‘가을편지’를 통해 가을을 예찬한다. 때론 ‘11월의 청빈한 나무들’(11월의 나무처럼)을 보며 가을의 쓸쓸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침저녁으로 가을색이 짙어간다. 회사 화장실을 들어서는 순간 색색깔 단풍이 3층 높이의 조그만 창에 존재를 드러낸다. 단풍 아래 잎들은 여전히 초록빛을 간직한 채 때때옷 갈아입기를 기다리고 있다. 단풍 옆으로 사시사철 꼿꼿한 푸른 나무도, 서늘한 바람에 간당거리는 노란 은행나무도 보인다. 가을은 이제 절정이건만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잎들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기도 전에 낙엽이 되어 흩날린다.

    ▼눈부시게 화려한 가을, 그래서 더 처연하다. 올해 ‘11’월의 모습은 낙엽이 파르르 떨며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같다. 누군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삶의 허무를 떠올리지 않을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겨울보다 이 가을이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단풍의 화려한 모습 뒤 낙엽으로 사라져 가는 허무함의 양면성을 연이어 겪기 때문일 것이다.

    ▼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모진 풍파와 시간을 견디고 화려함을 보여준 붉은 낙엽이 아니다. 낙엽이 되기엔 너무나 아까운 초록잎들이 스산한 바람에 이러저리 사라졌다. 초록빛조차 다 발산하지 못한 잎들을 떠나 보내는 이 가을은 무심하게 흐를 뿐이다. 가슴 깊이 그리움과 안타까움, 미안함, 분노 그리고 그에 따른 이야기들이 숱하게 돋아나는 순간이다. 청춘의 찬란함 같은 초록잎이 바람에 흩날리다 가슴에 와닿는다. 살포시 감싸안으며 옷깃을 여민다. 그렇게 또 가을이 간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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