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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남 성평등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마라- 이혜숙(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7-10 20: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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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21일 경남도지사 당선인 인수팀에서 경남 여성가족재단의 정책연구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의 문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경남 여성가족재단의 주요 기능은 무엇보다 여성가족 정책연구인데, 이를 축소하겠다는 건 경남 여성들의 염원을 담아 만든 재단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겠다는 시도로 보여진다.

    여성가족정책연구기관은 전국에 16개 기관이 있으며 이 중 14개 기관이 독립된 기관으로 존재한다. 경남여성가족재단은 2020년 설립됐는데 전국 14개 기관 중 14번째로 만들어진 신생 기관이다. 최초의 여성정책연구기관인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1997년 만들어져서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반면 경남은 이제 2년 차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다. 다른 기관들이 성큼성큼 앞서가면서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갓 걸음마를 뗀 기관의 발걸음을 막고 다시 되돌리려는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남의 성평등 지수는 계속해서 중하위권과 하위권을 오가고 있고, 실제로 경남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문화가 강한 지역이다.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 양질의 여성 일자리 부재는 곧바로 청년 인구유출 문제로 이어지고 있고, 특히 경남의 청년여성들은 지역에서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경남 여성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 그리고 대안 제시이다. 인구, 가족, 일자리, 복지 등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분야에 대한 기본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열악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도모해도 부족한 시점에서 여성가족정책연구기관으로서 뒤늦게나마 출발한 경남여성가족재단의 기능을 축소 시킨다는 것은 경남의 성평등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경남여성가족재단은 경남 지역사회의 필요성에 부응해 2년 동안 1인 가구, 가족문화, 여성일자리, 청년여성 등을 키워드로 많은 자료를 축적해왔고, 경남여성사 연구도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차별들이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여성과 남성에게 필요한 정책과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전국의 여성정책연구기관에서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연구와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남성 대상 교육, 아버지 대상 프로그램 등도 중요한 부분으로 담당하고 있다.

    모든 사안에 대해 성별에 따른 차이가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것은 경남 성평등 정책을 후퇴 시키는 것이다. 오히려 남들보다 출발이 늦은 만큼, 경남여성가족재단이 더욱 정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혜숙(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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