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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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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나중이란 없다- 김효경(시인)

  • 기사입력 : 2022-06-30 20: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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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일상 중에 많은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 중 “밥 한번 먹자”라거나 “술 한 잔” 또는 “차 한 잔”하자는 말이 대표적이겠다. 이 말을 던질 때는 아마도 진심이었을 게다. 그러나 시간이 가다 보면 그때의 진심은 어디로 가고 그냥 인사치레가 되고 말아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중에 보자”라는 말도 그렇다. 이 말끝에 정말 한번 보게 될 날을 기대했지만, 끝내 볼 날은 찾아오지 않은, 이런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일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톨스토이가 여행 중 어느 집에 잠시 머물게 됐는데, 그 집에 몸이 아픈 딸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톨스토이가 가지고 있던 빨간 가방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가방을 달라고 졸랐다. 난감해진 그는 지금은 여행에 필요한 짐이 들어 있으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러 그때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길을 떠났다. 얼마 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집을 찾아갔을 때, 아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톨스토이는 아이의 무덤을 찾아가 비석에 글을 새겼다. “사랑을 미루지 마라”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 어디 사랑뿐이랴. 우리는 흔히 지금보다 좀 더 형편이 나아지면 그때 뭘 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결혼을 앞둔 젊은이 대부분의 생각이 그렇고 부모님을 대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엮어진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나중은 없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가버린 것도 다시 오지 않는다. 이것이 섭리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이라 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누군가는 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자. 내 속에 갈등과 번민이 들끓어서는 마음이 맑아지지 않는다. 지나간 일 중에 미안한 일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미안했다고 말하고 또 고마운 일에는 고마웠다고 말하자. 사랑한다는 말도 하자. 손 놓고 있던 일도 시작하고 눌러뒀던 꿈도 깨우자. 쫓기듯 바쁘게 살아왔으면 한번씩 하늘을 올려다보기로 자신과 약속하고 그늘을 드리워주는 아름드리 나무가 부러우면 지금부터 넉넉한 품을 가지면 된다.

    역사학자 최태영(1900~2005) 박사는 102세에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를 펴냈다. 더 미룰 수 없는, 지금 꼭 해야만 하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평소 그는 “우리 근대사와 현대사가 착오와 왜곡된 점이 많아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야만 “우리 후손이 자부심을 가지고 새 기운을 낼 것”이라며,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발간 작업에 매달려 기어이 뜻을 이루고 말았다.

    그는 분명 나이를 까맣게 잊고 하루하루의 순간과 과정을 즐겼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감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한 원로의 존경스러운 집념에 부응하려면 우리는 정녕 새 기운을 내야 한다. 그러한 인생 선배를 둔 것에 자부심도 가져야 한다. 이렇듯 내 삶의 기준점이 크게 흔들리는 일이 아니라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진심 어린 말로 다시 “밥 한번 먹자”하는 것도 그 일 중에 하나다. 오늘은 선물이라 했다. 그래서 영어로 present(현재) is present(선물)라 한다. 이 축복 받은 날, 더 늦기 전에 언젠가 인사를 건넸던 사람, “나중에 보자”라고 했던 사람에게로 가라. 바로 지금, 오늘.

    김효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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