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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소비기한-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2-03-14 20: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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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트리아 운동가인 데이비드 그로스는 쓰레기통에서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대량 발견했다. 이후 컨테이너를 개조한 미니 주방을 차에 연결, 5주간 유럽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음식물로만 요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버려진 것들의 요리법〉이라는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2015년 시리즈로 방영된 후, 음식물 낭비에 대한 경각심을 울린 계기가 됐다.

    ▼한국은 1985년 식품을 안전하게 소비하자는 취지에서 유통기한 표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오히려 식품 낭비라는 문제를 가져왔다. 유통기한은 유통업체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을 의미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폐기 시점으로 인식했다. 유통기한 표시로 인해 버려지는 식품은 연 평균 1조5000억원. 일부 식품 전문가들은 “식품 폐기물의 20%가 날짜 표기 오해에서 비롯된다. 소비자에게 표준화된 식품 표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식품소매상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버리는 대신 기부했다. 하지만 상한 식품을 먹은 누군가가 병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법적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미국 의회는 법적 책임 없이도, 비영리단체에 식품을 나눠줄 수 있게 ‘착한 사마리아인 모델 식품 기부법(1990)’을 통과시켰다. 프랑스는 2016년 세계 최초로 대형마트의 재고식품 폐기를 금지하고, 남은 제품은 복지기관에 기부하도록 했다.

    ▼내년부터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까지 100억원을 투입, 200개 식품유형을 대상으로 ‘권장 소비기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하버드대 로스쿨 식품법정책클리닉 교수 에밀리 브로드 레이브는 “음식을 버릴수록 더 많은 사람이 굶주리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버릴 음식을 위해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38년 만에 바뀐 식품체계가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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