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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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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고기 파는 어머니- 고승하 (아름나라 이사장)

  • 기사입력 : 2021-12-29 09: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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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일찍 시장에 나와 아직도 고기를 못 판 어머니 지나가는 사람보고 (마수요 마수요) 한다. 어머니 옆의 아주머니는 벌써 다 팔고 (뜨리미요 뜨리미)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억지로 판다, 어머니는 언제나 뜨리미를 할까 옆에서 파는 아주머니처럼 오늘따라 어머니께서 몸이 안 좋으신가 걱정이 된다. 물건을 다 팔지 못하면 몸이 어디가 아파도 아픈 어머니 지나가는 사람보고 (마수요 마수요) 한다.’〈고기 파는 어머니〉 95년쯤 부산 초등5 박미성 글 고승하 곡.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 생선장수는 추운 날씨 덕분에 생선이 상할까 걱정 하지 않았다. 나는 19살 즈음 잠시 구두를 닦으며 대구에서 지낸 때를 빼고는 거의 부산 마산에서 자라고 지내온 덕에 생선 비린내에 익숙하다. 마산 지역의 작고 화가 현재호 선생의 그림에는 주로 생선 장수 아줌마가 등장한다. 어릴 때 고아원에서 자란 현 선생은 어머니가 시장에서 생선 좌판을 하셨다. 그래서 어머니가 몰래 뒤에서 밀어준 덕으로 현 선생은 자신의 화재를 꽃 피울 수 있었다 했다. 90년 초 부산지역의 선생님 몇몇 분이 어린이 글쓰기를 가르쳤다. 꾸미지 않고 그대로의 입말로 쓰게 하셨는데 그 분들이 어불라서 만든 문집 속에서 이 글을 보았다. 마수요, 뜨리미요, 하는 절박한 외침이 어쩌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엄마의 고단함으로 묻어난다.

    ‘작은누나가 엄마보고 “엄마! 난닝구가 다 떨어졌다. 한개 사이소”한다. 엄마는 옷 입으마 안보인다꼬 떨어졌는 걸 그대로 입는다. 난닝구 구멍이 콩만하게 뚫려 있는 줄 알았는데 대지비 만하게 뚫려 있다. 아부지는 그걸보고 엄마난닝구를 쭉쭉 쨌다. 엄마는 “와이카노” 한다. 엄마는 “너무 째모 걸래도 몬한다. 두 번은 더 입을 수 있을낀데” 한다.’〈엄마의 런닝구〉 95년 경산 부림초 6학년 배한권 글

    어린이의 두 글 속에서 보이는 건 우리 지역 토박이 사투리 말의 자신만만함이다. 우리말로 노래하는 BTS, 우리 것으로 화면을 채우는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마구 달리는 손흥민들의 이런 시대, 그리고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당당함으로 마구 쓰여진 경상도 지역 어린이의 글들이 자랑스레 다가온다.

    고승하 (아름나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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