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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조용한 것은 좋은 것인가- 김유경 (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12-27 08: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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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끄러운가. 그 소란이 무용하다고 보는가. 좀 조용했으면 싶은가. 그러면 좋아지는 것인가. 다시 말해, 조용한 것은 좋은 것인가. 그것이 평온이고 안녕인가. 그렇다면 평온과 안녕은 어디에서 말미암는가. 조용해지면 절로 이뤄지는 가치인가. 신축년을 일주일 남겨둔 오늘, 문득 던져보는 질문이다.

    ▼2021년 경남도의회는 적잖이 시끄러웠다.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에 따라 우려되는 서부경남 소외문제, 부산의 공유대학 참여 여부를 비롯해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 부산시의 지리산 덕산댐 관련 문건 문제 등에 대한 끈질긴 지적과 응수가 줄을 이었고, 1조원에 달하는 경남도 채무에 대한 지적, 학생 자치 조례에 대한 찬반논쟁, 교육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한 격론, 전·현직 도의원 방역수칙 위반 문제, 의회사무처 직원 선발 문제까지. 그 면면이 그저 수월하고 매끄러웠다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 한해 상당히 소란스러웠으니, 이듬해에는 좀 조용히 해달라고 쓰기를, 그리하여 구태한 지방의회를 제대로 비판하리라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 새해를 맞이하여, 도의회는 부디 더욱 시끄럽고 소란스럽기를. 더 역동적으로, 집행부를 견제·감시할 논리를 일목요연하게 다듬어가기를. 잘 벼린 칼처럼 예리하고, 한번 휘두르면 상당한 내상을 입힐 만큼 날카로운 논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를.

    ▼‘민의를 대변한다’는, 지금껏 의회가 제멋대로 가져다 쓴 허울 좋은 구호가 내실을 갖추려면 2022년 도의회는 더 시끄러워야 한다. 이권 다툼이 아닌 정책과 의제를 중심에 둔 논쟁이라면, 얼마든지 시끄러워야 하지 않은가. 조용한 것이 이상한 것 아닌가. 소란스러움이야말로 지방자치의 본령이 아닌가. 달리 말해, 평온과 안녕이 그저 조용한 가운데서 흘러나오는 가치라고 여기는 것, 그것이 진짜 구태가 아니겠는가.

    김유경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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