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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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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당신이 잘되면-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1-11-10 20: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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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창시절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동창이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결혼 즈음엔 나와 처지가 비슷했던 친구가 10년 새 재테크 달인이 되어 돈 걱정 없이 떵떵거리고 산다. 회사에선 나보다 특별히 잘난 것 없어 보이는 동료가 거침없이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다. 생각할수록 배가 아프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일. 이럴 땐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란 말이 참말 같다.

    ▼우린 때로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며 위로를 얻고, 남의 불행을 위안 삼는다. 행복과 불행, 그 사이 어디쯤 있는 ‘다행’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인다. 남 잘되는 꼴을 보면 왠지 눈꼴시다. 앞에선 축하를 건네고 돌아서 딴생각을 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다. 우리는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에 익숙하다. 경쟁사회를 살아내며 몸에 밴 습관이다. 남을 밟고 올라설 줄만 알았지 남과 함께 나아가는데 서툴다. 때문에 진심을 다해 남의 행복을 축복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각자도생의 시대에도 누군가의 ‘선함’은 어디선가 빛나고 있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 형편이 넉넉지 않아도 성금을 내고 봉사를 하는 일, 건강한 몸으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일, 착한 가게를 찾아 돈쭐(돈+혼쭐, 구매를 통해 선행에 보답한다는 의미)을 내는 일. 이 선한 행위들엔 내가 아닌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작가 김민섭은 책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에서 ‘선함은 인간을 가장 느슨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연결하는 고리’라고 썼다. 남이 잘되면 좋겠다는 선한 마음은 서로의 삶을 지켜주는 ‘안전 고리’인 셈이다.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 무해한, 내 곁의 타인에게 작은 온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모닥불 같은 사람이 그리운 쌀쌀한 가을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본다.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잘되면 좋겠다고. 선한 마음은 또 다른 선한 마음에 가닿을 것이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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