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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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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15) 창원 대안공간 마루

지역성 담긴 지속가능한 창작의 산실

  • 기사입력 : 2021-10-05 20: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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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안공간은 복합문화공간과는 다르다. 주택가 골목·건물 지하·동네 어귀와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고, 규모가 작아 아는 사람만 찾아간다. 그래서 ‘작은 미술관’이라고도 불린다.

    창원시 의창구 대안공간 마루 ‘북면G 창작스튜디오’에서 감라영 기획자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시 의창구 대안공간 마루 ‘북면G 창작스튜디오’에서 감라영 기획자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대안공간은 마루다.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흔치 않던 시절, 작가들은 전시공간에 목말라 있었다. 마루는 1995년 공동화랑으로 출발해, 2004년 젊은 예술인들을 주축으로 창원 사림동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자본 문제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2016년 간판을 내렸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기록을 보관하는 자료실로 쓰이고 있다. 사단법인 체제는 아직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시 의창구 대안공간 마루 ‘북면G 창작스튜디오’./성승건 기자/
    창원시 의창구 대안공간 마루 ‘북면G 창작스튜디오’./성승건 기자/

    운영진들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은 세대 교체였다. 중간에 세대 간극을 메우지 못해 예술인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산대 황무현 교수를 필두로 창립된 1세대 마루가 젊은 운영진들로 바뀌면서, 차츰 정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소비성 전시를 벗어난 신진작가를 양성하는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그 중심에 감라영 기획자가 있었다.

    “저희 땐 지역에 이런 공간이나 시스템이 없어 너무 힘들었어요. 부산 반디나 서울 사루비아 같은 대안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많았거든요. 선배들을 열심히 설득했고, 그 안타까움이 결과물로 나온 것 같아요. 앞으로 기성세대가 얼마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젊은 층을 수급했고, 운영위원도 같이 할 수 있도록 체제가 바뀐 거예요. 저 또한 마루에서 입주작가를 했었고, 지금까지도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앞서 경험을 해봤기에 청년이 지역에 존재해야 할 의무를 통감하고 있는 거죠. 저 역시 1세대 마루를 통해 혜택을 받았어요. 그 부분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게 안타까웠고, 그래서 제 작업실을 대안공간으로 내놓게 됐어요.”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 내 작업실./성승건 기자/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 내 작업실./성승건 기자/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 내 영상 관람실./성승건 기자/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 내 영상 관람실./성승건 기자/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 내 입주작가들의 작업실./성승건 기자/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 내 입주작가들의 작업실./성승건 기자/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는 그렇게 탄생했다. 기존 작업실로 사용하던 ‘에스앤케이(S&K) 컴퍼니 조형연구소’ 내 스튜디오를 꾸렸다. 마땅한 유휴공간이나 복합문화시설이 없는 북면에 대안공간이 생기면서, 문화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총 4개동의 건물이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9년부터 매년 지자체 공모 사업을 중심으로 레지던시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을 받아 전국 공모로 선발된 35세 이하 5명의 청년작가들과 매주 금·토·일 8시간씩 융합예술을 주제로 한 ‘아트 앤 테크놀로지(Art &Technology)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스튜디오에서 숙박과 장비를 모두 제공받고 있다. 최근엔 AR기술을 연계한 작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북면 주민들을 초청해 영화를 감상하거나 입주작가들과 아트 체험도 병행하고 있다. 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 기획 전시도 진행 중이다.

    “원도심에 위치한 사림동과 시 외곽인 북면에서 이뤄지는 문화공간은 분명 차이가 있어요. 두 공간이 주는 특성을 잘 살려 지역민들과 문화를 공유하고 싶어요. 북면G 창작스튜디오는 기획자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기존 마루와 달라요.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편의시설을 작가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현재 마루는 감라영 기획자를 중심으로 5명의 운영진들이 활동하고 있다. 2세대로 넘어간 마루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지역성이 담긴 공간에서 지속가능한 예술을 펼치는 것이란다.

    “기존 레지던시는 회화나 조각 등 파인아트 위주였어요. 2세대 마루는 장르를 넘어선 융합예술을 이끄는 작가들을 양성하는 게 목표에요. 파인아트에 국한되지 않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큐베이팅을 양산하는 게 가장 큰 메리트라 생각합니다. 전공만 살리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형태의 전시나 작업을 도출하는 거죠. 보통 레지던시가 끝나면 그 상태로 끝날 때가 많잖아요. 마루를 거쳐 간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더라고요.”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작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대안공간 마루/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작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대안공간 마루/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작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대안공간 마루/
    창원 북면G 창작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작가 역량 강화 프로그램’./대안공간 마루/

    미술관과 갤러리가 넘쳐나는 시대, 대안공간이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우기란 쉽지 않았다. 그녀는 청년작가들이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로 여겨 도태되는 현실을 가장 우려했다. 다음 세대가 예술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대안공간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안공간이 유지되려면, 지자체와 기업의 지원이 활성화돼야 해요. 지원 형태를 다양하게 추구한다면 예술가들에게도 기회가 많아져요. 청년작가들의 방향을 설정해주는 산증인으로서의 우리 역할도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작가들 스스로 발로 뛰어야 해요. 지역성만 탓해서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경력단절이라고 모든 활동을 멈춰서도 안 됩니다. 문을 두드리면, 예술 진흥이 가능하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문화예술 콘텐츠를 육성하고, 그 로드맵을 지켜나가는 일이 대안공간의 역할이니까요.”

    감라영 기획자는 11월 레지던시 결과전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학 수시 모집 기간까지 겹치면서, 신라대 출강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그녀는 ‘마루’라는 존재가 의기소침해 있는 청년 예술가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 훗날 3세대 청년들의 미술담론이 오고 가는 공간이 되길 꿈꾼다고.

    “마루는 스페이스를 넘어선 창작 산실의 공간이에요. 세대 교체가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실험적인 상황이지만, 청년작가가 기성세대로 올라가기까지 가이드 라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가 기획자와 작가를 병행하는 이유도 젊은 세대와 호흡하기 위해서예요. 책임감을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우성 아닐까요?”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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