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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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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말 무덤(言塚)- 장순향(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9-01 20: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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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에 말 무덤이 있다. 이 말 무덤은 애마(愛馬)를 묻은 곳이 아니라 ‘말의 무덤’인 언총(言塚)이다. 지리산에 사는 이원규 시인은 사진작가로도 유명하다. 은하수 시즌에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하늘의 별을 앵글에 담아서 황홀하게 보여주고, 산속 무덤가의 백년 오동나무의 안부도 깊은 밤에 올려주고, 반딧불이도, 야생화도 보여주며 시원한 일필휘지를 구사하는 능력자이다. SNS에서 그는 5000여명의 ‘페친’이 있어 더 이상 친구 추가가 되지 않는 유명인이다. 그의 시는 심장에 콕콕 꽂히는데 혀 무덤(舌塚)은 큰 깨달음을 안겼던 기억이 있다. 그가 최근 페북에서 예천의 ‘말 무덤’을 끄집어내면서 시총(詩塚)에 대한 생각을 적었는데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일부 발췌한다. ‘유골 대신 시의 무덤이라니! 시는, 시정신은 오래되어도 썩지 않을 것이니 시의 무덤은 얼마나 외롭고 높고 쓸쓸하고 위대한가. 다만 제대로 쓰지 못해 안타깝고 여태 함부로 쓰니 부끄러울 뿐이다. 내게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지만 돌이켜 보니 도대체 땅에 묻을 시 한 편도 없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돼 문중 간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던 대죽리 마을에서 과객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뒷산의 형세를 살피고는, 산 모양이 마치 개가 주둥이를 벌리고 짖고 있는 모습이어서 마을이 시끄럽다며 예방책을 일러주었다고 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과객의 말에 따라 개 주둥이의 송곳니 위치쯤 되는 동구 밖 논 한가운데에 날카로운 바위 두 개를, 앞니 위치인 마을 입구에 또 다른 바위 두 개를 각각 세웠다. 또 항상 싸움의 발단이 돼온 말썽 많은 말(言)들을 사발에 담아 뒷산(주 둥개산)에 묻어 무덤을 만들고 말 무덤이라는 비를 세워 지금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말 무덤이 있는 주변에 군데군데 돌에 새겨진 표지석의 명언은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께 수없이 들었던 교훈이나 지금도 가슴 깊이 와닿는다.

    필자가 한양대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을 때, 지도교수께서 제자들과 눈만 마주치면 시도 때도 없이 정과 의리를 강조하셨다. 당시에는 군대도 아니고 왜 저러실까 하며 학우들은 키득 거렸는데, 필자 역시도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터라 ‘정’과 ‘의리’는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다.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이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법한데, 인연은 매우 소중하고 인연에서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그 소중한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는 가차 없이 내동댕이치며 배신하는 사람도 있다. 배신하는 사람의 특징은 대개 인연에 ‘유효기간’을 두고 선을 긋고 있는 경우다. 이런 유형은 물량 공세는 기본이고, 필요할 때는 간도, 쓸개도 내어 놓을 듯이 충성 맹세를 한다. 위 두 가지가 먹히는 경우는 순탄하나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배신의 칼을 마음에 품는다.

    필자는 오랜 교직생활과 조직생활을 통해서 ‘과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갖게 되었다. 과한 것은 어디서나, 어느 것에서나 탈이 난다. 탈이 심각할 때는 살해로 이어진다. 살해는 사람을 죽이는 것인데 말로서 사람을 죽이는 것도 큰 죄악이다. 인간이 가장 비열한 것은 거짓말로서 살해를 하고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행위이다. 우리들 역시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뱉은 한마디로 상처를 준 일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하지만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게 구는 비겁한 자에게 뱉은 말은 후회 없어야 한다. 사발에 담아 뒷산에 묻어야 할 말 무덤 (言塚), 혀 무덤(舌塚)은 반 민족 적폐 세력 뿐 아니라 주변 곳곳에 많이 포진해있어 유의하여 살피지 않으면 그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고 죄인이 된다. 나쁘고 악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무섭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악의 것들에 맞서 싸우는 선한 사람의 영향력이 커지고 그 영향으로 사람도, 조직도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장순향(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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