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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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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71) 말기암 투병 엄마와 호두까기 증후군 앓는 주희네

“병마와 싸우며 생의 전선… 딸아이 교복 입는 것까지 꼭 보고파”
암 급격히 번지면서 일 그만둬 생계 막막
정부지원금으론 생활비·병원비 턱없이 부족

  • 기사입력 : 2021-08-10 08: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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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주희가 교복 입는 것까지는 꼭 보고 싶은데….”

    21살 미혼모, 공황장애·우울증, 이혼, 딸 간병, 말기암 투병.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진영(37·가명)씨가 겪어낸 일이다. 눈물을 훔치며 말끝을 흐리는 목소리는 가는 쇳소리로 변했다. 암이 성대까지 번지고, 기력이 사라지면서 목소리 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1년 전 가슴이 붓고 젖몸살난 것처럼 열이 나 병원을 찾았다.

    “나이가 많지 않아서 병원에서도 유방암은 아니고 유선 염증이라고 생각했는데 3기 암이더라고요. 그것도 유방암 중에서 전이가 빠르고 경과가 좋지 않은 암으로요. 수술을 하면 아이가 클 때까지 살 수 있대서 수술도 했는데 피부 괴사가 일어나고, 항암약도 듣질 않아 약을 4번 바꿨네요.”

    지난달 29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사는 주희네에서 엄마 진영씨와 마산회원구청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29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사는 주희네에서 엄마 진영씨와 마산회원구청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암은 불안한 마음만큼이나 빨리 퍼져 1년 새 간과 두개골, 쇄골까지 번져 진영씨를 말기암 환자로 만들었다. 꾸준히 치료를 받고 싶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고, 효과가 좋다는 면역항암 치료는 1억원에 달해 엄두도 못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의 탁자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한 고통을 더는 약만 가득하다.

    출산의 고통과 견준다는 간암 진통을 견디고 있는 진영씨지만 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건 주희(8·가명)를 아픈 아이로 낳았다는 죄책감이다. 자신 때문에 아픔이 되물림된 것은 아닐까, 행여나 자신이 잘못되면 어린 주희와 주형이가 어떻게 삶을 꾸려갈지 걱정이다.

    주희는 태어날 때부터 두혈종을 앓았다. 호흡이 제대로 되질 않아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고, 신장 혈관이 눌려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호두까기 증후군, 루프스까지 앓고 있어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6~7살 때는 유치원을 몇 번 가지 못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지금은 큰 문제없이 학교생활을 씩씩하게 하고 있다. 노래부르기와 피아노 연주,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2학년 소녀는 가수가 꿈이라고 말하며 끼가 넘친다.

    맏이인 주형(15·가명)군은 중3인데도 184㎝가 넘는 건장한 체구로 엄마와 동생을 돌보고 있다. 한창 사춘기일 나이지만 아픈 엄마와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며 애교를 선사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을 접어두고 어린 동생과 게임을 즐기며 같이 놀아주는 오빠다. 역사책을 좋아해 도서부에 들면서 책을 많이 읽고 있으며 역사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진영씨는 두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하는 만큼 암 진단을 받고도 얼마간 일을 더 했을 정도로 악착같이 생의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암이 급격한 속도로 번지며 치료를 위해 일을 그만둬 생계가 막막하다. 수급한부모가정으로 정부지원 등을 받아 한 달 150만원 남짓한 돈을 받지만 생활비와 임대료, 진영씨와 주희의 병원비, 치료비로도 부족하다. 암수술 후에도 병원비를 줄이려 다인실을 썼고 수술한 지 3일 만에 퇴원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세 가족의 소원은 소박하다. 아이들은 나들이를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동물을 좋아해서 토끼가 있는 동물원에 다같이 놀러가고 싶어요! 바다에 가서 갯벌도 구경하고 낚시도 하고 싶고요”

    엄마 진영씨는 가족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가족사진이 한 장 없어서, 꼭 찍어보고 싶어요. 영정사진을 찍어두면 오래 산다고 하니 찍는 김에 같이 찍어두고 싶어요. 그럼 아이들이 좀 더 클 때까지 같이 있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7월 7일 5면 뇌종양 항암 투병 건욱군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160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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