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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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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손상민(극작가)

  • 기사입력 : 2021-07-22 20: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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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 딸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본다. 이제 막 아홉 살의 여름을 맞이한 아이는 엄마가 작가라는 사실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일기를 쓸 때 슬쩍 쳐다보기만 해도 손으로 가리기에 바쁘니 나로서는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아이가 잠든 사이, 무얼 그리 숨기려 했나 일기장을 들춰 보지만 서너 문장으로 채워진 그림일기에 딱히 비밀스런 내용이 담겨 있지도 않다.

    요 근래 다시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그중 내 눈길이 머문 곳은 가장 최근에 쓴 글이었다. 아이는 “요리 선생님이 안 오셨다. 어제는 생명과학 선생님이 안 오셨는데.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이다. 나는 코로나가 너무 밉다”고 써놓았다. 바로 위 그림 칸에는 ‘악마 코로나’라고 꼬리표를 단 뾰족한 침이 잔뜩 꽂힌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며칠 전 특별활동 수업이 중단된 일을 두고 쓴 내용이었다. 아이가 속한 특별활동 수업 선생님의 가족이 자가 격리 대상자가 되어 수업에 오지 못했고, 공교롭게도 다음 날 또 다른 특별활동 선생님이 비슷한 이유로 수업을 쉬게 된 까닭이다. 이틀 연속 수업이 중단되었으니 코로나가 미운 건 당연지사. 밉다 뿐일까. 세상 모든 욕을 쏟아부어도 시원치 않다.

    2013년에 태어난 딸아이는 졸업식은 물론 입학식도 치러보지 못했다. 반 친구들을 생일에 초대하지 못했고, 학교 요리 수업시간에도 기껏 만든 요리를 맛보지 못한다. 내가 누렸던 수많은 경험들이 아이에게는 불가능한 일들이 되고 말았다.

    얼마 전 초등학교 두 곳에서 책 쓰는 아이들을 만났다. 사서선생님의 지도로 6학년 학생들이 그룹을 만들어 책 한 권을 써내는 ‘나도 작가되기’ 프로그램 중 저자 특강을 요청받아 간 자리였다. 사전에 학생들이 쓴 글들을 받아보았고, 아이들의 질문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주기도 했다.

    놀라운 건 아이들이 쓴 책들에서 유례없이 ‘죽음’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원인 모를 이유로 죽어가는 사건이 일어나고, 처음부터 죽은 주인공이 나오고, 화학공장이 폭발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식이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죽음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했다. 사서선생님은 올해 유독 죽음과 폭력을 소재로 책을 쓰는 아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올해 발표된 ‘코로나 전후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패턴의 변화’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대폭 줄었다고 한다.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화되는 코로나 상황이 아이들에게 잠재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 우울감은 어른들에 비해 쉽게 발견되지 못한다.

    책을 쓰는 6학년 아이들은 코로나 이전 학교와 코로나 이후 학교를 모두 경험했다. 어디선가 코로나 전후를 모두 경험한 아이들이 우울감을 좀 더 느낄 수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기사처럼 달라진 학교생활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을까. 아이들이 그려낸 멸망, 죽음, 죽음 이후의 세계가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을 빌자면 어른이 되어 지내는 시간에 비해 어린 시절은 너무나 짧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기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코로나가 할퀸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지켜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코로나 시대, 무엇보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지켜주는 어른이 많아지기를. 그것이 어른이 존재하는 이유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손상민(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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