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지역문학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지 스무 해가 지났어요. 아직까지 삶의 발자취와 문학적 행보가 갈무리돼야 할 작가들이 더러 빠져 있죠.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박재성입니다.”
통영 출신 극작가 박재성(1915~1947)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 건, 그의 조카가 보관하고 있었던 편지 덕분이다. 그 편지를 바탕으로 경남대 김봉희 교수가 ‘극작가 박재성의 아내, 요시코의 편지(경진출판 刊)’를 출간했다. 책은 박재성의 일본인 아내 요시코가 쓴 편지를 번역해 실었다. 광복 직후 한일 관계가 단절되면서 떨어져 지내야 했던 두 사람. 1946년 가을서 1947년 여름까지 총 127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밀선을 타고 통영으로 돌아오던 중, 현해탄서 풍랑을 맞아 세상을 떠나버린 박재성과 요시코의 사랑이 구구절절 담겨있다. 박재성의 문학 열정, 그를 지지하는 요시코의 헌신적인 마음도 엿볼 수 있다.
극작가 박재성의 아내, 요시코의 편지‘1946년 12월 1일. 통영의 부둣가에 도착하는 나를 기다려 주세요. 지금은 고뇌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대한 작가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인생의 눈보라도 갈림길도 힘차게 헤쳐 나아갈 것입니다. 사랑하는 재성. 건강을 챙기면서 공부하길 기원합니다. -37쪽-’
박재성은 유학 당시 동경제국대학교 문예지 ‘적문문학(赤門文學)’에 희곡 ‘만추’와 ‘왕관’을 발표했다. 그의 삶과 문학활동은 고작 33년. 따라 붙는 수식어도 ‘불운의 천재 극작가’, ‘비운의 요절 극작가’이다. 제대로 된 문학 족적이 밝혀지지 못해 생애와 작품이 갈무리 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요시코가 남긴 편지는 박재성 삶의 행적과 문학적 행보에 기초자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남대 김봉희 교수저자는 “이들의 사랑은 결혼마저 식민지 정책으로 이끌던 시기에 피어 올랐기에, 편지 자체만으로 역사적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김봉희 교수의 대표 저서로는 ‘계급문학, 그 중심에 서서’(2009), 창작희곡집 ‘멀어지는 그대 뒷모습’(2012) 등이 있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주재옥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