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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0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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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자가 간다] 시험철만 되면 사고파는 족보… 양심까지 사고팔진 맙시다

대학가 시험족보 ‘온라인 매매’ 심각

  • 기사입력 : 2021-05-04 0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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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대학생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와 창원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대학생 기자단이 매월 도민들을 찾아간다.

    경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대학생 기자가 간다’는 학내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 지역사회 현안과 이슈 등에 대한 청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지면에 반영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북한 관광의 이해와 전망 정리본이나 족보 삽니다. 연락주세요.”, “기정(기업가정신) 강의 타이핑본 팝니다. 성적은 에이뿔이고 중간, 기말해서 5000원입니다. PDF 파일로 두 개에요.”

    중간고사를 앞둔 4월. 경남의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시험 족보와 강의 타이핑본을 사고파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족보’는 해당 강의 기출문제와 정답 등이 정리된 문서를 가리키는 은어다. 타이핑본은 교수 강의 내용을 정리한 문서를 말한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통해
    한달간 관련 글 150여개 올라와
    비대면 강의 활성화되며
    타이핑본 등 맞춤형 자료도 구매

    학생 67% “결과 달라져 불공정”
    법적으로 저작권법 위반 해당
    시험 출제 교수 인식 변화 절실
    감독 강화·기출문제 공유도 제기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경남대학교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비대면 강의 활성화 속 매매 성행= 과거의 족보는 학과 선후배 사이 암암리에 전해져 왔다. 이후 인터넷 발달과 함께 족보 매매 사이트가 생겨났으며, 최근에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개인 간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강의가 활성화되면서 족보 외에도 타이핑본 등 비대면 시험 맞춤형 자료도 매매 문의가 늘고 있다. 타이핑본을 통해 함께 PC방에서 같은 강의 온라인 시험을 응시할 사람을 구하는 글도 종종 눈에 띈다.

    경남의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4월 한 달간 150여 개의 족보 판매·구매 글이 올라왔다. 한 판매자에게 쪽지로 구매 문의를 하니 계좌번호와 함께 ‘5000원을 입금해 달라’는 답변이 날아왔다. 입금을 마치자 카톡 비밀대화방을 통해 족보 파일을 받을 수 있었다. 전체 과정은 익명성이 보장된 채 이뤄졌다.

    족보를 만들어 판매해온 학생 A씨는 “직접 강의를 듣고 정리한 노력에 가치를 매겨 판매하고 있다”라며 “보통 10여명 정도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족보를 자주 구매한다는 B 학생은 “족보가 있는 강의는 족보를 이용하지 않는 순간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라며 “족보의 적중률도 높아서 앞으로도 족보를 계속해서 구매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학생 67% “불공정”…저작권 위반 행위= 경남지역 대학생 82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7%가 ‘족보 사용이 정당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족보 유무에 따라 시험 결과가 달라져 불공정하다’, ‘돈으로 학점을 사게 만들기 때문이다’ 등 족보 사용에 불만을 토로했다. 경남대 재학 중인 임연정(22·여)씨는 “강의를 듣지 않는 학생이 족보를 이용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배움에 대한 성의가 없는 것”이라며 “족보는 사라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족보 사용이 정당하다’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족보를 구하는 것도 능력이자 전략이다”라는 취지로 이유를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22%가 ‘족보를 이용하거나 매매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고, 앞으로 족보를 구매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34.1%가 ‘그럴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족보 적중률은 ‘똑같았다’ 16%, ‘대부분 비슷했다’ 44.4%, ‘비슷했다’ 22.2%, ‘대부분 달랐다’ 11.1%, ‘전혀 달랐다’ 5.6%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족보를 거래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는 엄연히 교수 개인의 어문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행위다.

    저작권법 제4조에 따르면 강연, 연설 등 어문저작물과 영상저작물을 저작물로 명시하고 있다. 동일법 제30조에 따라 개인적인 공부(비영리 목적)를 위해 족보를 만들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족보를 매매 및 공유한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해 5년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교수·학생·대학 변화 움직임 필요= 학생들은 시험족보 근절을 위해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교수들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경남대 재학 중인 C씨는 “학과 특성상 전공 교수의 시험이 매년 비슷하게 나온다”라며 “족보가 만들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막기 힘들어서 시험 문제 출제에 있어 교수가 더욱 신경 써야 한다”라고 답했다.

    온라인 강의일지라도 시험은 오프라인 시험장에서 진행하는 등 감독관 기능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를 통해 타이핑본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학 측에서 공개적으로 강의 기출문제를 공유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기출문제를 공부법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형평성을 지키자는 의도다. 해외 대학에서는 이같이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있다.

    경남대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대학을 다니는 목적은 배움에 있다. 모든 학생이 같은 조건에서 배움의 결과를 평가받았으면 한다”라며 족보 사용이 근절되는 대학가를 기대했다.

    글·사진= 경남대 구본은·박재하·정유정 학생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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