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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폭로- 조고운(문화체육뉴미디어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3-18 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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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폭로의 시대다. 과거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에 이어 공인의 학창시절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폭로하는 ‘폭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SNS와 익명 게시판이 깔아 놓은 판 위에서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참아왔던 억울함을 쉼 없이 외친다. 이들의 폭로는 이슈와 뉴스가 되고 대중들은 공분한다. 그리고 때로는 진실공방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폭로의 사전적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감춰져 있던 사실, 흔히 나쁜 일이나 음모 따위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오랫동안 감춰지고 숨겨졌던 진실의 힘은 크다. 우리는 미투 운동 이후 많은 가해자들은 뒤늦게나마 법의 심판 또는 사회적 응징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또 우리 사회는 폭로를 발판 삼아 그동안 외면했던 사회 이면의 폭력 문제를 직시하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려 노력한다.

    ▼반면 폭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들도 있다. 폭로를 악용하는 이들에 의해 무고한 대상이 폭로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이미 지나간 과거를 들춰내면서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있다는 지적에 피해자가 제2의 피해를 입기도 한다. 또 폭로의 주 창구가 언론에서 개인 SNS나 익명 게시판으로 옮겨지면서 폭로를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폭로 사건은 명확한 증거가 없거나 법적으로 처벌이 어렵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들이다. 그래서 폭로에 기대는 이들은 강자보다 약자가 많다. ‘과거의 일이 현재가 될 수도 있다’는 명제는 이 시대의 많은 ‘을’들에겐 한 줄기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또 이 사회의 많은 갑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폭로의 부작용을 이유로 이를 멈추거나 의심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폭로를 검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조고운(문화체육뉴미디어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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