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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0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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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봄은 평등한가- 이남순

  • 기사입력 : 2021-03-11 07: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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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방촌 막다른 길 오후 해가 지나간다

    독거노인 안부 묻는 이웃돕기 박스 하나

    그 누가 안고 왔는지 온기 아직 남았네요

    못 보고 사는 것쯤 이젠 제법 길났는데

    찾아올 낌새 없던 내 자식 다녀간 양

    황 노인 닫힌 가슴이 볕살 바라 열리네요

    오래된 형광등에 불빛이 깜빡대듯

    밭은 숨결 풀어가며 한 발짝씩 다가서는

    여기도 봄이 오느라 바람 죽지 부푸네요


    ☞ 평등하지 않은 봄의 골목에는 주황색 가로등이 외롭게 서 있고, 21세기 쪽방촌 저 건너편에는 주광색 LED등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 사람과 서로 등을 돌린 채 고독한 문장을 쓰는 사이 물음표 하나가 무수한 질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질문을 받아 든 해설은 꼬깃꼬깃하고…, 다시 꼬깃꼬깃한 해설을 펼쳐 읽다 두 주먹 불끈 쥔 몇 번의 꼬깃꼬깃함으로 인해 해져버린 문장. 이제 더는 읽을 수 없어 ‘울컥하다’라는 말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심장이 내뱉는 긴 한숨이 밭은 숨을 몰아쉬며, 평등하지 못한 봄을 쓴 시인의 숨결을 따라 읽습니다.

    이남순 시인이 우리에게 ‘봄은 평등한가’라고 묻습니다. 무슨 말을 전해야 할까요?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질문들이 나팔꽃 덩굴처럼 뻗어갑니다. ‘독거노인 안부 묻는 이웃돕기 박스’에 남은 온기가 잔상으로 남아 봄이 부풀고 있습니다. 봄은 점점 뜨겁게 노래하며 누구나 평등해지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봐요! 삼월의 산에 들엔 울긋불긋한 꽃들이 지천이잖아요. 먼 곳에 있는 황 노인의 자식이 다녀간 듯…. 임성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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