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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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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그 후] 외할머니댁에 사는 하영이네

코로나에 월급 반토막 “난방비 걱정에 겨울이 두려워”
콜센터·보험설계사로 생계 책임지던 엄마
학습지 교사로 일하지만 여전히 생활고

  • 기사입력 : 2020-10-07 0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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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영이네는 가난보다 코로나가 두렵다.

    하영이 엄마(가명·45)는 콜센터와 보험설계사를 전전하며 다섯 식구의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상사의 갑질과 녹록지 않은 벌이로 이 생활을 멈췄다. 지금은 학습지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수업이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하영이네 집에서 통합관리사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하영이네 집에서 통합관리사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2월 코로나가 터졌을 땐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어왔는데, 이번에 또 코로나가 터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며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수업이 줄어들면서 200만원 남짓하던 월급이 반토막 났죠. 마냥 손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 당장 다른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어요”

    가장 큰 문제는 식비다. 쌀은 지원 받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네 아이들의 먹는 양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도 끓여먹지 않은 지 오래다. 마트에서 생수를 대량 구입해 먹는 게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마스크 비용까지 감당해야 해 돈 쓸 일이 더 늘었다.

    “인터넷으로 마스크를 200장 주문했는데, 친정엄마와 6명이서 하루에 한 장씩 쓰다 보니 소모가 빠르고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마스크 쓰고 나갈 일이 없어진 거예요. 요즘은 다섯 식구가 먹고 난 그릇을 설거지하는 게 버겁더라고요. 종이컵을 사서 쓰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비용이 많이 드니…. 식구가 많아 먹고 사는 일이 끊기면 큰일이거든요. 식기세척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지금 벌이로는 어림도 없죠”

    하영이 엄마는 네 아이들과 친정엄마 집에 얹혀살고 있다. 다섯 식구는 거실에서 대부분 잠을 잔다. 방은 아이들 물건을 놓는 창고로 쓰고 있다.

    “이 집은 첫째 하영이를 임신하고부터 쭉 살았어요. 하영이가 대학생이니까 벌써 20년이 넘었죠. 겨울에 가스비를 아무리 아껴도 식구가 많으니 한 달에 40만원 넘게 나오더라고요. 그게 누적되면서 친정엄마가 우리 식구들 때문에 없던 빚이 생겼어요. 건강보험공단에 연체된 돈만 해도…”

    빚은 친정엄마마저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했다. 마산어시장 내 이불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거의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일 그만하셔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을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린다. 친정엄마는 그 무렵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집안 곳곳에 부적이 생겨났다. 노란 종이가 하나둘 늘어날수록 친정엄마는 위안을 얻었다.

    코로나는 불안감만 안겨준 건 아니었다.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서 네 아이들은 부쩍 성장했다. 첫째 하영이는 임상병리사를 꿈꾸며 대학생활에 열심이다. 고등학생인 둘째와 셋째도 보호자 역할을 해낼 만큼 어른스러워졌다.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는 또래에 비해 작은 체구였지만 2년 전(본지 2018년 2월 26일 보도)보다 살도 오르고 키도 더 자랐다.

    하영이 엄마는 이 모든 게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네 아이들 모두 각자 살 길을 찾아가겠죠.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나아질 꺼라 생각해요. 네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죠. 막내가 축구를 좋아하는 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 해요.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던 그때가 그리워요.”

    글·사진= 주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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