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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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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57) 단칸방에 다섯 식구 사는 동현이네

사춘기 삼남매 좁은 공간서 위축
자궁수술 엄마 우울증까지 앓아
식자재 배달 아빠 월급 200만원으로 월세·교육비에 생활비까지 빠듯

  • 기사입력 : 2019-11-13 08: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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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사례관리사가 동현이네 가족과 상담을 하고 있다.
    통합사례관리사가 동현이네 가족과 상담을 하고 있다.

    중학생 동현이(16·가명)는 자기만의 방을 가져본 적이 없다. 엄마와 아빠, 누나, 동생도 마찬가지다. 동현이네 다섯 식구는 10평 남짓한 원룸에 모여 산다. 주방과 거실의 구획이 없는 단칸방이다. 학교, 직장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면 각자에게 주어진 휴식 공간은 고작 2평이다. 이 뻥 뚫린 공간이 곧 거실이며 잠자리이고, 주방이며 세 남매의 공부방이 된다. 동현이네 가족은 지금껏 한 번도 원룸을 떠나 살지 못했다.

    좁은 공간에 가장 먼저 불만을 터뜨린 것은 동현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다. 또래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고 생떼도 부려봤다. 도저히 지금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느꼈을 때 동현이는 가출을 결심했다. 가출 횟수는 양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됐다.

    동생들을 보며 불평, 불만 없이 꾹 참았던 고등학교 2학년 맏이 상미(가명)도 그동안의 섭섭했던 마음을 털어놨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내 방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용하게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싶은데 다들 자고 있는 공간에서 공부해야 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동현이 아빠 태현(가명)씨는 늦은 밤부터 오전까지 식자재 배달 일을 한다. 한 달 2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 들어오지만 월세와 아이들 교육비를 주고 나면 다섯 식구 생활비는 매달 빠듯하다. 일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소득이 없을 때는 부족한 생활비를 빚으로 메웠고 어느새 2000만원에 가까운 부채도 떠안았다. 카드 대금도 연체되면서 신용불량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태현씨를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2년 가까이 체납된 건강보험료다. 엄마 수현(가명)씨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들 출산 후 산후조리를 제때 하지 못해 고도 비만을 얻어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2년 전 자궁에 큰 혹이 생겨 큰 수술을 받은 수현씨지만 수술 후 병원에 간 적은 없다.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 내기도 빠듯한 살림에 자신에게 큰돈을 쓰는 것이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불편한 몸이었지만 앉아만 있을 수는 없었다. 수현씨는 개당 20원짜리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에 보탰다.

    10평이라는 좁은 공간은 가족 모두를 위축시켰다. 수현씨는 심리적 부담감에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으로 외부 기관과 연계해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동현이를 비롯한 세 명의 아이들도 청소년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고 있다. 청소년기에 좁은 공간에 붙어 지내면서 생기는 심리적 위축이 원인이다. 세 자녀가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자기만의 공간’이다. 최근 LH의 긴급주거지원을 신청해 선정됐지만 보증금이 문제다.

    통합사례관리사는 “사춘기인 세 자녀는 좁은 공간에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학업조차 제대로 이어갈 수 없다. 주거 문제 해결과 어머니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글·사진= 박기원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19년 10월 16일 18면 ‘(56) 월세 못내 쫓겨날 위기 성훈이네’ 후원액 545만2000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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