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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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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52) 여관서 지내는 은지네

일용직 아버지 수입으로 다섯식구가 생활
아빠 사업 실패에 식구까지 늘어
엄마 혼자 갓난 여동생 둘 돌봐

  • 기사입력 : 2019-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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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사례 관리사들이 은지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은지(가명·8)네 집은 좁은 골목 안의 허름한 여관. 더 정확히 말하면 침대 하나, TV 하나, 미니 냉장고 하나가 세간의 전부인 여관방이다.

    은지는 이 손바닥만 한 방에서 엄마와 아빠와 2살 1살 연년생 여동생 현지, 민지와 살고 있다. 벌써 이 방에서 지낸 지도 2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은지네의 사정은 이 방에 처음 찾아들었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 여관에서 은지에게 동생이 둘이나 생겼다는 것이 다른 여관에 살 때와는 조금 달라진 점이다.

    은지는 사실 태어난 이후부터 여관방만 전전하며 살았다. 아빠는 의류사업을 하다 실패한 후 일용근로를 나간 지 오래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주어지는 일감은 들쭉날쭉했고, 식구는 늘어 형편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아빠는 채무 때문에 최근까지도 주민등록 말소 상태로 이곳저곳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갓난아이가 둘이나 생겨 옴짝달싹을 못하게 된 엄마는 허름한 여관방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분유를 살 돈도 빠듯해 오로지 엄마의 모유로 두 아이가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은지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세간이 꽉 들어찬 방 침대 위에서 엄마와 동생들과 시간을 보낸다. 한창 호기심 많고 이것저것 갖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 책상이나 동화책은 고사하고 옷가지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 속에서 은지는 학교를 오간다.

    은지네 식구가 지내는 여관방은 차마 갓난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오래된 여관방은 통풍과 난방이 잘 되지 않아 벽에는 곰팡이가 가득하고 천장 귀퉁이는 습기에 젖은 도배지가 내려앉았다. 방안에 들어서면 매캐한 곰팡이 냄새에 코가 얼얼하게 매워지지만 은지에게는 익숙한 일상. 보일러도 없어 산모였던 엄마와 갓난 동생들은 차가운 방에서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울을 났다.

    여관방에서는 의식주 모든 것이 문제다. 엄마는 여관방에 딸려 있는 자그마한 욕실에서 아이들을 씻긴다. 지난겨울엔 도저히 추운 날 아이들을 씻길 수 없어 없는 돈에 온풍기를 하나 장만해서 화장실에 틀어놓고 아이들을 씻겼다. 미니 냉장고에 먹을거리를 겨우 몇 가지 저장해두고, 방 귀퉁이에 밥솥을 하나 두고 해 먹는 밥이 가족들이 섭취하는 음식의 전부다.

    은지의 건강이나 학업도 걱정이지만, 동생 현지와 민지의 정상적인 발달도 큰 걱정거리다. 현지는 18개월을 지나고 있지만 잘 걷지 못한다. 운신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해봐야 여관방이 전부다 보니 다리에 힘이 오르질 않는다. 현재 은지네는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공사에 긴급주거지원을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주거 지원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보증금과 생활용품을 마련할 형편이 아니다.

    통합사례 관리사는 “후원금으로 보증금을 지원하고 생활용품을 갖출 수 있다면 은지네 가족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사회의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18년 12월 12일자 18면 ‘(51) 담도암 앓던 아버지 잃은 삼남매’ 후원액 565만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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