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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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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39) 할머니에 의지해 살아가는 현진이네

아픈 할머니가 할아버지·아빠·손자들 뒷바라지
당뇨 합병증과 디스크 앓는 할머니
부모 이혼으로 남겨진 형제 양육

  • 기사입력 : 2017-11-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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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부터 곤두박질을 치는데…. 늘그막에 이런 일들을 당할 줄 알았겠어요. 죽을 지경인데 내가 죽으면 집 꼴이 어떻게 되겠어요.”

    현진(14·가명)이네 할머니는 손자 앞에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지난 일을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현진이의 부모가 이혼하던 해 현진이와 형 현민(16·가명)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졌다.

    아빠는 직장일로 외지 근무가 잦았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아빠가 치질이라고 생각했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직장암 3기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선고였다.

    메인이미지
    현진이(오른쪽)와 할머니가 사례관리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후 아빠는 종양 제거와 항암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지만 갖은 노력에도 양쪽 폐까지 암이 전이된 상태. 전기 관련 일을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던 아빠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병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 중이다.

    암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할아버지까지 올해 초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좋아지려고 한 수술의 끝은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부작용이었다. 할아버지는 기저귀를 차기 시작하면서 되도록 사람들과 만나려 하지 않는다. 수시로 이불을 적시는 소변 때문에 할머니는 새벽에도 일어나 이불을 걷고 펴는 일을 반복한다.

    두 암 환자를 돌보고 수시로 병원을 오가는 생활도 만만찮은데, 할머니는 현진이 형제를 돌봐야 하는 책임도 안고 있다.

    “엄마는 없지, 아빠랑 할아버지는 아프지, 나는 늘 환자 수발에 매여 있지. 아이들도 말 못할 고생을 하고 있지요.” 기초생활수급으로 다섯 식구가 겨우 생활을 해나가고 있지만 100만원이 겨우 넘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로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남자아이 둘을 뒷바라지하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커가지, 원대로 해줄 형편은 안 되지, 속이 상해요.”

    하지만 현진이네 식구를 더 비참하게 하는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순탄치 않았던 현진이 부모의 결혼생활과 이혼 과정에서 생긴 부채는 다섯 식구의 불안을 먹고 점점 자라났다.

    제대로 먹이지 못하고 입히지 못하는 안타까움보다 빚 독촉은 더 큰 고통이다. 독촉을 하러 온 남자들이 한밤중에 집문을 두드리거나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올 때, 현진이 아빠와 할머니는 가슴이 철렁한다. “아이들도 다 아나봐요. 빚 독촉하러 사람들이 나타나면 집에 불을 싹 끄더니 꽁꽁 숨어서 숨죽이고 있더라고요. 그게 뭔지, 말도 해준 적 없는데….”

    할머니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언제 저세상에 갈지 모른다’는 공포다. 할머니도 30여년 동안 앓아온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시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 키우며 아프기 시작한 허리는 디스크가 심해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지장을 받는다. 자신이 가고 나면 누가 환자들과 아이들을 건사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이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 빠른 현민이는 그저 밝고 천진한 개구쟁이처럼 할머니를 안심시킨다. “괜찮아요. 할머니 다 잘될 거예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소원 사례관리사는 “심각한 질병을 가진 환자가 둘에, 자라나는 아이들, 부채까지 짊어지고 있는 현진이네 가족에게 작게나마 도움의 손을 내밀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 도움 주실 분 계좌 =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10월 18일자 18면 ‘화상으로 수술 절실한 정우’ 후원액 320만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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