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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당신도 노모포비아인가- 박귀영(수필가)

  • 기사입력 : 2017-06-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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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으로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편리함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은 그럼에도 우리에게 많은 문제점 또한 안겨 주고 있다. 길을 가면서도 신호등을 건너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중독 증세가 심해지고, 장시간 사용으로 인해 눈과 목에 무리가 가는 등의 현상이 생겨났다. 한국 사람들이 하루 평균 3시간씩 스마트폰을 본다니 나도 무의식적으로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잠깐 딴생각을 하다 실수로 스마트폰을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물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얼른 물기를 대충 닦고 전원을 켜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기고 기다리는 동안 별일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함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살아있는 내 기억의 저장소 같은 스마트폰이었다. 거기에는 나와 연관된 사람들의 전화번호와 수많은 사진들, 자잘한 정보와 메모들까지 많은 것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만약에 복원이 안 되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하나씩 떠올려보니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평소에 손가락 하나만 누르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스마트폰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었으니 기억이 날 리 만무했다. ‘대략 난감’이란 말이 이럴 때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웬만한 지인들의 전화번호는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생각해냈고, 작은 일도 메모를 하다 보니 까먹지 않고 실수도 별로 없었다. 스마트폰의 기능에 매료되어 그조차도 하지 않았으니 이처럼 답답한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다.

    요즘 ‘디지털 치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 의지하다 보면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떨어지고, 이런 기억의 부재가 생기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머리를 좋게 하려면 뇌를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기억력이 빨라지고 정확해진다니 그동안 쉬고 있던 우리의 기억을 이제는 좀 깨워서 열어야겠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식이 조금 있기는 했으나 스마트폰은 수리가 잘 돼 무사히 내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스마트폰이 없던 몇 시간의 공백 동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못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니 문득 언젠가 뉴스에서 들었던 ‘노모포비아(nomophobia) 증후군’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이것은 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다. 스마트폰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증상을 말하며, 휴대 전화가 없을 때 느끼는 공포증을 뜻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잠에서 깨자마자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화장실에 잠시 갈 때조차도 들고 가는 것은 중독에 가까운 분리불안증 수준이다. 수시로 휴대폰을 열어보고, 5분도 채 안 되어 다시 확인하는 일은 이제 어디서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처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어쩌면 나도 노모포비아가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얼른 다른 곳으로 치우고 일주일에 하루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잠시 내려놓아 보자. 덤으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메모하는 습관을 다시 길러 본다면 사라지고 있는 기억의 절반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박귀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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