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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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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키치- 서성자(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7-03-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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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의 버려진(?) 진돗개가 화제였습니다. 애초에 진돗개는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짰던 기획 상품이었다지요. 그간의 일들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주인인 듯 주인 아닌 주인이 간간이 환한 얼굴로 진돗개를 안고 있던 화면이 떠올라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주인은 진돗개 가족을 사랑했으리라 믿습니다. 아무리 꾸몄다 하더라도 생명을 향한 순수함은 억지로 만들 수 없을 테니까요. 아니 어쩌면 반쯤의 주인은 ‘나는 순수하다’는 감정에 스스로 빠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의도된 행동에 거짓 의미를 덧붙여 포장하고 스스로 만든 감상적 허구에 만족하며 사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위장된 진품’이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자본의 논리와 맞물려 우리는 예술에서 말하는 키치적인 삶을 자의로 타의로 살고 있는 셈이지요.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비싼 저녁을 먹었는데 음식 맛이 별로라서 실망했던 경우 말입니다. 잠시 자책하기도 하지만 곧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이차적 분위기에 감정을 이입시키면서 위로하고 만족하기도 하지요.

    삶이 곧 예술이라 한다면 우리는 노골적으로 조작된 예술 세계에서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용보다 장식이 용도인 고급 가구들, 전공과는 무관하게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거기다 빠른 정보의 발달은 가짜 삶을 모방하고 꾸미도록 부추깁니다. 아름답게 행복하게 사는 삶을 추구해야 하는데 진실을 감추고 그렇게 보이기를 향해 갑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여기저기 얼굴 내밀며 쌓은 인맥, 스스로를 장식하려고 쏟아낸 지식, 가끔은 어떤 이가 만든 환상에 매몰돼 영혼 없는 모방을 꿈꾼 적도 있겠지요. 가짜 의미를 붙여 창작하고 그 결과물에 현혹돼 살아가는 현실에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아름다움을 진실을 진짜인 것처럼 그럴 듯하게 꾸미고 뒷맛이 씁쓸한 적도 있지만 그 감정에 몰입돼 행복할 때도 있습니다. ‘사는 게 그렇지’ 하다가도 순간순간 회의가 듭니다. 그건 아마도 덕지덕지 붙여서 ‘그럴 듯’해진 뭔가가 편치 않기 때문이겠지요. 이럴 땐 그 행위가 내 마음 속에서 간결해 순수한가, 떳떳한가를 살피면 좋겠습니다. 헤밍웨이는 “좋은 술에는 감정을 섞지 말라”고 했습니다. 감정이 넘치면 거짓 의미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진실의 깊은 곳에는 자신만이 아는 본마음이 있습니다. 낯설고 잠시 두렵더라도 내 마음이 간결하다면 조금은 옳을 것입니다.

    큰일을 앞두고 나라가 혼탁합니다. 선전을 위해 꿀 발린 입술들이 생산해낸 ‘아름다운 세상’의 키치들이지요. 여기저기 진품인 것처럼 꾸민 조악한 감각이 감동을 조작해 감상자를 교란시킵니다. 귀찮다고 불편하다고 가볍게 그 이벤트에 감정을 이입하면 안 되겠습니다. 거짓은 항상 감정의 전이를 요구해 진실을 감추려 하니까요. 건강한 미래를 위해 어떤 작품 앞에 내 감정이 순수해지는지 깊이 들여다볼 일입니다.

    아참, 그리고 청와대의 진돗개들도 진도로 돌아가 처음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반쯤의 주인이었던 그분의 마음도 순수하게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서성자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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