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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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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튼튼한 판타지여 오라!- 최미선(동화작가)

  • 기사입력 : 2016-08-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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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하던 세계를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인류는 지금 상상의 세계를 얼마나 빨리 생생하게 눈앞에 보여줄 수 있는가에 모두 열광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관심의 초점이 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의 열풍은 판타지 세상을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시대에 와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알다시피, 판타지 문학이라고 하면 이제 고전이 된 서구의 명저들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G. 맥도널드 ‘북풍의 등에서’, L. 캐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J.R.R. 톨킨 ‘반지의 제왕’ 등은 판타지 문학의 정전(Canon)이 되어 인구에 회자되고, 톨킨은 판타지 공간과 현실계를 1차 세계와 2차 세계로 나눈 주인공이기도 하다.

    판타지 문학을 말할 때 톨킨이나 캐럴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이원수 선생의 ‘숲속나라’와 같은 작품도 있다는 사실을 이참에 말해두고 싶다.

    1949년에 발표된 ‘숲속나라’는 우리에게는 고전이나 다를 바 없는데,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나 판타지 세계에서 보여준 전복성(顚覆性) 등은 지금의 판타지 문학이론을 그대로 적용해 보아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명저이다.

    어린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환상문학에 탐닉하게 되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상상력을 매개로 한 ‘광대한 자유의 표현’, 이를 통한 ‘현실의 전복성’, 인간이 갈망하는 ‘소원성취의 세계’,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 너머의 ‘인간 본질 탐구’라는 삶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이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환상문학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요소들이다. ‘자유’와 ‘전복(顚覆)’, ‘소원의 성취’와 같은 이 매력적인 요소들에서 얻는 대리만족 혹은 간접체험 때문에 사람들은 판타지에서 쉽사리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판타지의 세계는 말 그대로 광대무변하게 열려 있을 것 같지만, 이처럼 정확한 구조와 사실에 가까운 체계를 가진다.

    이런 것이야말로 튼튼한 판타지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판타지의 사용이 너무 자유로워서 자칫 방만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런 현상은 TV드라마와 같은 영상매체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데,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판타지 세계가 구성되기도 한다. 영상매체는 독자들과의 접근이 책보다 훨씬 용이할 뿐 아니라 확산력도 강해서 체계성이 없는 판타지 남용이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영상매체는 어린 독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사춘기 이전 소년들의 사고 형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굳건하게 발을 딛고 있는 건강한 판타지의 요청이 더욱 절실해진다.

    판타지 세계로 도피해서 현실과 비현실계를 부유하는 불행한 결과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북풍의 등에서’ 가난한 소년 다이아몬드가 북풍을 타고 세상을 구경하는 경이로움, ‘숲속나라’에서 노마와 친구들이 염원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보면서 튼튼한 판타지를 기다려본다.

    최미선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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