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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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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운칠기삼(運七氣三)

  • 기사입력 : 2014-11-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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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선비가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은 버젓이 과거에 급제하는데 자신은 늙도록 급제하지 못하고 패가망신하자 옥황상제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에게 술내기를 시키고, 만약 정의의 신이 술을 많이 마시면 선비가 옳은 것이고, 운명의 신이 많이 마시면 세상사가 그런 것이니 선비가 체념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내기 결과 정의의 신은 석 잔밖에 마시지 못하고,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이나 마셨다. 옥황상제는 “세상사는 정의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운명의 장난에 따라 행해지는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3할의 이치도 있는 만큼 운(運)이 모든 걸 지배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 선비를 돌려보냈다.

    중국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오는 ‘운칠기삼(運七氣三)’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무슨 게임을 할 때면 잘 쓰는 말인데, 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뜻이다.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어려서부터 재능과 학문이 뛰어났으나 결국 진사 시험에 급제하지 못하고, 문학에 뜻을 두게 된 ‘포송령’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며칠 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되는 일이 없다면서 50대 중반의 전직 외항선 선장이 내방했다. 한때는 돈도 벌어 잘나갔으며 털보 선장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아줬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허튼짓하지 않았고, 맡은 분야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친구가 1억원을 투자하면 2억원이 돼서 돌아오는데, 자신의 경우에는 뭐든 했다 하면 제로가 돼 돌아오니 지금은 몹시 어려운 처지라고 하면서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고 묻는다.

    현대 사회에서는 팔자에 재물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주에는 관(官), 인(印)을 쓰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식(食), 재(財)를 쓰는 사람이 있다. 관인을 쓰는 사람이 재물이 없으면 가난한 선비이고, 식재를 쓰는 사람은 학식은 조금 딸리나 재물은 있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조금 가난하더라도 선비가 대우받았다면 요즘은 머리에 든 것은 별로 없더라도 부자이면 되는 세상 같아 보인다. 사주를 감명(監命)하러 오는 사람의 대부분이 재산문제로 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사람도 이제는 나이도 들고 돈도 없으니 앞이 깜깜하다고 한다. 사주를 보니 관인을 쓰는 사람이다. 그러니 직장인 팔자다. 재물의 기운이 약하면서 관인을 쓰는 사람은 직장인으로 만족해야지 축재(蓄財)를 하겠다고 나서면 탈이 난다. 어디 투자나 투기를 하게 되면 그것은 내 돈이 아니다. 돈을 누구에게 빌려 주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팔자에 재물이 없다고 장사나 사업이 꼭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먹고살 만큼의 재물은 기본적으로 부여돼 있다. 다만 그 그릇이 작을 뿐이다. 그러니 관인을 가진 사람이 장사를 하겠다면 작게 시작해야 한다. 망해도 큰 부담 없을 정도의 자본을 투자해서 열심히 한다면 재주대로 써먹고 산다. 또한 잘된다고 규모를 키우면 그릇이 넘쳐 엎어지는 꼴이니 그래서도 안 된다.

    운명은 정해져 있고, 그 그릇도 정해져 있다. 공자도 운에 순응했다(順天者 存, 逆天子 亡). 하지만 옥황상제도 3할의 이치는 있다고 했듯이 도전과 습관을 통해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변화는 가능한 것이 운이기도 하다. 한때 잘나갔던 생각은 이제 잊어버리고 지금부터라도 작게 출발해 보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지 않은가.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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