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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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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86) 황강 34 합천군 율곡면~초계면~쌍책면

‘황금칼의 나라’ 다라국 옛터 걸으며 가야 역사속으로

  • 기사입력 : 2013-08-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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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천군 쌍책면 성산리에 조성된 다라국 황금 이야기길. 5세기 가야의 소국 가운데 하나인 다라국의 흔적은 전국서 합천에만 남아 있다.
    산지습지인 내천못재.
    율곡면 영전교 부근서 바라본 황강.

    양떡메마을 공적비.

    송기떡.

    옥전서원.



    무더운 여름이다. 여름의 사전적 의미는 봄과 가을 사이에 나타나는 1년 중 가장 기온이 높은 계절이다.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북반구에서는 여름을 하지와 추분 사이의 기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름이란 개념은 특히 농작물의 성장 및 숙성과 연관되어 있으며, 실제로 여름에 식물이 무럭무럭 가장 잘 자라는 계절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덥다고 아우성이면 ‘서늘하면 농작물이 자라지 않아 굶어야 한다’고 대답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식량 생산에 있어 여름의 중요성을 인식해 여름을 기리는 백중 같은 축제와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여름 동안 종종 높은 습도를 수반한 무더운 날씨가 나타나는 기간을 열파라고 하는데, 근래 우리나라의 날씨는 열파를 넘어 폭염이다. 전력량 부족위기가 블랙아웃(대정전)사태로 우려돼 모든 학교가 개학을 하자마자 긴급 휴업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국민들은 더욱 단결된 모습으로 애국정신을 보인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 작은 절전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다. 국가의 위기를 자초해 나라의 근간을 흔든 사람들은 없고, 국민들에게 절전만 당부하는 당국을 보면 답답하다.


    ◆내천못재·청계서원

    합천군 율곡면 호연정에서 황강을 옆에 두고 동부로를 따라 가면 강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무더웠다. 율곡면 영전교 부근 고즈넉한 황강 둔치에 잘 닦인 잔디 축구경기장이 두 군데 있었다. 이런 축구경기장이 도시 근교에 있다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 인성교육에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율곡면 면사무소에서 민영근 씨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낙민 삼거리에서 쌍책면 방향으로 가다 내천못재를 찾아 나섰다. 황강을 옆에 두고 옥전로를 따라 8㎞쯤 가면 내천못재 이정표가 있다. 내천마을을 지나 소류지를 지나면 약 2㎞ 되는 곳에 내천못재가 있다.

    내천못은 율곡면 내천리 서쪽 지산 정상에 있는 산지습지이다. 면적은 약 1320㎡이고 화산이 폭발해여 생긴 화구호라고 전해지나, 자연함몰로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못에는 연의 일종인 어항마름과에 속하는 자주색의 작은 꽃이 피는 ‘순채’라는 수생식물이 자생하는데, 5월 단오절이면 줄기에 무색투명한 액체가 주렁주렁 열린다. 옛날에는 나병, 피부병, 황달병 등에 특효약이라 해 많은 환자들이 와서 따먹고 치료했다고 전한다.

    못 주변 잔디밭에서는 인근 마을 주민들이 편을 갈라 민속놀이인 씨름경기로 친목을 다졌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에는 왜병이 진을 치고 맞은편 백마산성에 주둔한 우리 의병과 접전을 벌였던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못 주변에 있는 지산공원에는 편의시설로 팔각정이 있고 시원한 나무그늘이 좋아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내천 지산 정상에 서면 유유히 흘러가는 황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월대보름에는 주민들이 달집을 태우며 그 해의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행사를 하기도 한다.

    인근에 청계서원이 있다. 이 서원은 학자 이희안을 추모하기 위해 조선 명종 때 건립했고, 1869년(고종 6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폐쇄됐다가 복원했다.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전치원, 이대기를 함께 배향하고 있다. 서당 좌우에 동재·서재가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서당과 대문채만 남아 있다. 서당은 정면 5칸, 측면 1칸이며 전후 툇간이 있는데, 왼쪽으로부터 방, 대청 2칸, 방 2칸으로 구성돼 있다. 처마는 홑처마이며 맞배지붕으로 바람을 막는 풍판이 없었다.



    ◆양떡메마을·송기떡

    대암산에 올랐다가 안내판도 없는 구불구불한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내려와 인근 양떡메마을 성영수 씨를 만났다. 무더위가 절정에 닿은 길을 가면서 보니 옛날 조상들은 마을 어귀에 정자나무를 심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더위를 피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올바른 이치는 가르쳐 주는 것은 자연이다. 도회지 사람들은 무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떠났지만 농촌 사람들의 일손은 분주했다.

    여행길에 우리 문화재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먹을 것, 특산물을 만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초계면 하남마을의 양떡메마을은 양파즙, 떡가래, 메주를 줄인 말로 그런 곳이다. 양파는 이 지역 마을의 주 소득원이며 특산물이다. 성영수 씨는 특히 양파는 양파즙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마을에서 공동으로 논을 경작해 중·만생종을 재배하고 있다고 했다. 수확은 주로 6월 초에 잎이 쓰러지고 약간 녹색을 지닐 때 하며, 봄~초여름 양파는 물기가 많고 단맛이 강해 생채, 샐러드 등에 사용하며 가을 양파는 단단하고 매운맛이 강해 고기요리, 양념 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해 줬다.

    이 곳에서 생산하는 메주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콩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송기떡도 이 지역의 특산품이다. 소나무 속껍찔과 찹쌀, 콩가루가 어우러진 떡으로 고려시대 때 곡식 생산량이 증대되면서 춘궁기 때 굶주림을 면하기 위한 식품으로 활용됐다. 소나무의 생리활성 기능이 알려지면서 별미의 떡으로 합천읍내, 가야면, 초계면, 가회면 등지에서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마을 어귀에 있는 작은 공적비가 눈길을 끌었다.



    ◆다라국 황금 이야기길·옥전서원

    나그네의 발걸음은 초계면 하남 양떡메마을을 떠나 황강교를 건너면 쌍책면이다. 쌍책면 성산리에는 합천의 고대사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문화재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가야의 다라국 유적이다. 제주 올레길의 바람을 타고 곳곳에 걷는 길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합천군 일원에도 해인사 소리길, 영상 테마 추억길, 남명 조식 선비길, 황매산 기적길, 합천호 둘레길, 정양늪 생명길, 황강은빛 백사장길, 다라국 황금 이야길이 조성돼 있다.

    다라국 황금 이야기길은 5세기 가야의 소국 가운데 하나인 다라국의 옛터를 걷는 길이다. 다라국은 국가의 존속된 시기가 짧고, 그 흔적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합천에만 남아 있다. 그 유물이 처음 발견된 것도 불과 20여 년 전의 일이라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출토된 유물의 수준과 아름다움의 가치는 대가야, 금관가야 이상으로 다라국의 문화적 수준이 높았던 것으로 추측한다.

    특히 용과 봉황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진 황금칼은 부와 문화수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다라국 황금 이야기길은 합천박물관에서 전시관을 관람하고 옥전고분군으로 걷는 길이다. 고분군 사이를 돌아 내려오는 거리는 약 300m이고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면 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단위의 문화유산 답사기행으로 적합하다.

    옥전서원은 합천박물관에서 정문을 지나면 그리 멀지 않은 옥전고분군과 담장을 함께하고 있다. 초계 정씨 문중이 소유하고 있는데 서원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관리인이 서원 옆에 살고 있다. 옥전서원은 초계 정씨의 시조이자 고려시대의 학자인 정배걸이 학문을 닦고 연구하던 곳으로 정배걸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다. 1799년(정조 23년)에 초계 지역의 유림이 세웠으며, 1861년과 1981년에 중수했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5량 구조로 팔작지붕에 민도리집 형식이고 기둥은 칡나무로 되어 있다. 그 밖에 경내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인 광덕사당, 정면 3칸 측면 1칸의 내삼문 정면 3칸, 측면 1칸의 외삼문이 서원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 그나마 잘 보존되고 있었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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