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이 흔들리고 있다.
어릴 적 친구 집에 많이 놀러 갔었다. 어쩌다 같이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내가 밥을 한 그릇 다 비우지 않으면 어르신께서는 “한국인은 ‘밥심’으로 사는데 밥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하시곤 했었다. 그때는 잘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요즈음 가끔 뷔페에 가서 밥 외에 다른 것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뭔가 여전히 허전한 느낌이 들 때, 한국인은 역시 밥을 먹어야만 식사를 제대로 한 것처럼 느껴지며 힘이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밥심’이란 ‘밥을 먹고 나서 생긴 힘’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인의‘밥심’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50년 사이 한국인의 밥상에서 곡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으로 줄고, 고기류는 4배 넘게 늘어났다. 주식인 쌀밥 등 곡물을 육류가 대신하는 식단의 서구화가 급속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식단의 서구화 추세는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와 맞물려 우리 밥상에서 수입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곡물·육류·채소·과일 등 우리 국민들의 식품섭취량을 칼로리로 환산했을 때 국산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칼로리 자급률이 1970년대 초 80%에 육박하던 것이 2013년에는 40.7%로 곤두박질 쳤다. 다시 말해 우리 식단의 전체 칼로리 가운데 60%를 외국산 식품이 차지하고 있어, 한국인 밥심의 60%는 외국산 식품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농산물에 대한 인식제고와 함께 소비를 진작시켜 식량안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민들에게 우리 먹거리에 대한 생산 의지를 불어 넣을 수 있는 다양한 대책마련과 함께 소비자들에 대한 식생활 교육 강화 등으로 식량 자급률 및 칼로리 자급률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밥심의 원천인 쌀은 예전부터 우리 민족에게 식량을 넘어 민족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영물이요, 정체성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장기적으로 식량안보와 직결되어 있음을 깊이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 김응식(010-2816-2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