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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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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우리 문학에 있어서 리얼리즘 문제- 양 곡(시인)

  • 기사입력 : 2011-07-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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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의 불볕더위와 함께 열대야의 시작이다. 장마는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쉬게 하지만 불볕더위는 모든 것을 귀찮게 한다. 그렇다고 사는 일을 버릴 수는 없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12월에는 대선이 있다. 여당은 대표와 당직자를 다시 뽑았고 야당은 범야권 통합을 생각하며 민생 속으로를 외치고 있다.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군소정당들은 진보대연합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와는 별도로 대권을 향한 이른바 잠룡들은 그들대로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들에 대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문학을 하는 사람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 ‘자아’ 밖으로 뛰쳐나와 ‘사람살이’로의 사유가 요구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문학에서 리얼리즘의 문제가 부각된 것은 60년대의 참여와 순수논쟁일 것이다. 핵심은 문학이 자유당 정부의 잘못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 아니냐였다. 항일 민족주의자들에 맥을 댄 사람들은 지식인과 지성인의 양심으로 문인들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일이 옳다고 보았으며 문학작품도 그러한 일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의 특수한 사정을 잘 아는 반공문학인들 쪽에서는 정치현실은 정치가들에게 맡겨 두고, 문화예술인들은 인간의 정신이나 사상을 탐구하는 휴머니즘에 복무하는 것이 그 본령에 맞다고 주장하게 되었다.

    70년대에는 이른바 사회주의 리얼리즘 논쟁이다. 포문을 먼저 연 사람은, 인간의 구원과 한국인의 정신 속에 숨어 있는 토속신앙의 문제를 다루어 온 그는 젊은 사람들이 하는 문학은 러시아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른바 계급투쟁을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는 한국의 일부 젊은 문학인들의 문학은 사회의 부조리나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문학이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의 정신과 사상을 표현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시의 젊은 평론가는 한국문학에서 나타나고 있는 리얼리즘은 인류 역사에서 고찰해 보면 문학의 본질에 해당되며 사회주의 리얼리즘이기보다는 비판적 리얼리즘에 가깝다고 말하고, 리얼리즘이라고 해서 인간의 정신이나 사상에 기여하지 않는, 말하자면 순수하지 못한 문학, 즉 휴머니즘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러한 우리나라 리얼리즘문학은 80년대에는 민족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확장되고 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민중문학이라는 공동체 개념으로 나타나게 되는 반면에 이른바 휴머니즘론자들이 주장하는 순수문학은 이미지즘 내지는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로 아직도 ‘자아‘ 속의 환상이나 미래 속에 갇혀 있게 되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에 185대의 희망버스는 장맛비 속에서 최루가스와 싸워야 했고, 85호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은 계속되었고 2018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은 삼수 만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4580원으로 후다닥 결정이 나야만 했다. 이 모두가 자아 밖의 나인 우리들 사람살이의 참 모습들인 것이다.

    글 한 줄이 시시각각 변하는 현실 상황의 팩트만큼 큰 울림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오늘날 할 수 없다. 희망이라면 동시대인들과 같이 고민하며 싸워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 함께 모색하는, 더불어 사는 삶을 향한 적극적인 사고와 의식이다.

    문학을 하는 모든 행위도 기본적으로 정치적 행위에 속한다. 개인의 삶이 정치적이므로 삶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문학으로서는 당연하다.

    간혹, 정권이나 정책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은 생각의 작품이면 순수문학이고, 다른 생각이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삶을 형상화하면 무조건 정치성을 띤, 순수하지 못한 목적문학으로 넘겨놓고 매도하는 이율배반적이고 자가당착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학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한번쯤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양 곡(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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