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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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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잠자는 글자를 깨워라- 김태두(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0-0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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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한글은 과학적으로 짜임새 있게 돌려가며 쓰도록 되어 있다. 즉 닿소리와 홀소리가 어울려 글자들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뚝딱! 하고 두드리는 요술방망이와 같다. 외국의 어느 학자가 그 빼어남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한글은 글자 문화의 사치’라 일컬었다는 말을 미루어 봐도 우리는 마음 놓고 한글을 자랑해도 될 것이다.

    글자 수는 적지만, 세상 모든 것을 다 나타낼 수 있을 만큼 글자 수가 풍부한 오묘함, 오늘날 우리나라의 흥성을 이룬 밑바탕에 이 한글이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며칠 전, 먼지가 쌓여 있는 족보를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 장지문화의 발달로 너도나도 평장묘를 만드는 것이 유행병처럼 번져 지금 우리 집안에서도 추진을 하게 되었고, 나 또한 내받지 못하고 바람나서 고서를 뒤지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족보 읽기는 짜증으로 시작되었다. 어려운 한자들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글자도 획 하나로 엉뚱한 음으로 나타난다. 컴퓨터 작업으로 헤적거리며 음을 찾아 나가다가 薨이란 생뚱한 글자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 언뜻 보고는 몽으로 읽었는데 자세히 보니 갓머리 안에 저녁 석(夕)자가 아니고, 죽을 사(死)가 들어 있는 것이었다. 놓칠 뻔한 이 글자의 앞뒤 문맥을 맞춰 보고는 죽는다는 뜻과 관계가 있겠다 싶어 사, 졸, 망, 붕, 멸 등 비슷한 글자를 쳐 넣어 봤지만 아니었다.

    당장 알고 싶어도 옥편이 없어 며칠 동안 좀이 쑤셨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고, 컴퓨터 속에 옥편 역할을 하는 메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곧 터득했다. 옳거니 이렇게 수월하게 찾는 법이 있었는데 쾌재를 부르며 글자를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죽을 ‘훙’이었다. 뜻으로 말하면 죽다, 제후가 죽다, 무리, 많다 등 여러 가지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된 기쁨 이상으로 우리말에 훙이란 글자를 쓰고 있다는 것이 신비해서 보고 또 보았다.

    아하,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지 않은 글자들이 잠자고 있었구나! 예를 들어 ‘눙’ ‘븜’이란 글자들도 돌려쓰면 나오는 글자들이라 잘 활용하면 잠을 깨어 털털 일어나겠다. 나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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