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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옴부즈맨 칼럼] 갈등을 치유하는 신문을 기대하며- 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9-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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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늦게 폭염이 심했던 지난 8월 하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기사가 전국 모든 신문의 지면을 차지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새로 쓰고 영면했다는 등 여러 가지 시각으로 서거에서 국장까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지면을 연일 제작했다. 반면 온 국민의 우주 개발 염원을 실은 한국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 발사는 미완성으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남도의 작은 섬 나로도에서 이뤄낼 기적을 기다려온 국민들은 아쉽다 못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이들이 나로호 발사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을 치유하면서 통합의 계기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얼마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석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문병하고는 이를 스스로 “화해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보고 국민들은 늦은 감이 있지만 양김(兩金)의 화해를 환영했다. 김영삼과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한국의 민주화 역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주의가 조장되고 정치에 이용한 과오 역시 크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양김의 화해로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지역 이념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해 왔다. 결국 양극화된 사회갈등의 치유는 화해로 시작해 진실을 고백하고 자기 것을 포기하는 데서 이뤄짐을 보여주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사회 전반에 화해라는 화두(話頭)를 남긴 것이다.

    이 같은 시류의 흐름을 보면서 그동안 언론이 사회적 갈등에 얼마나 적절히 대처해 왔는가 하는 의구심이 솟구쳤다. 우리 사회 갈등의 한편에서 항시 외면당해온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판단이다. 그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로 발생한 사회의 양극화 현상도 피상적으로만 다루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회적 갈등의 치유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들이 무엇인지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로 시작해야 한다. 남북으로 갈라졌던 정치가 동서로 갈라지더니 지난 2002년 대선에선 세대 간 이질화로 이어졌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신문에 자주 실리기 시작한 것으로 빈부 노사 갈등을 비롯하여 장애인, 실업문제, 다문화 가정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언론은 삶의 영역이 상층부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아래로부터,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만 했다.

    모든 이들이 희망과 꿈을 갖고 시작한 2009년 신년 벽두부터 경남신문 사회면에 실린 사회적 약자에 관련된 몇 가지 기사가 떠오른다. 1월 19일자 ‘하도급업체 원도급 횡포 눈물’이라는 기사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난제(難題)가 여전함을 나타냈다. 대기업의 부당한 하도급 횡포로 기업이 어려워지자 중소건설업체의 사장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이어 1월 20일자 ‘꼭 다시 만나자 눈물의 약속’에서는 설 앞두고 해고라는 처방을 내린 중소기업 사장의 애끊는 심정을 실었다. 이 외에 22일 ‘방학 중 급식지원 대상 아동 증가’, 23일 설이 괴로운 사람들, 24일 ‘독거노인들 배고픈 명절 눈물’ 등 정초 한 달만 해도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진 기사가 10여 건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그동안 수없이 대안 없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어떻게 살펴보고 수용하느냐 하는 점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드물었다. 전국 모든 신문의 지면에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넘쳐나는 것을 재삼 확인할 뿐이다. 이 문제를 다루는 신문의 시각은 막연히 반사회적 감정이나 근시안적 사회 정서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보다 명쾌하게 사회통합적인 방향으로 나가면서 일반 여론과 일시적으로 역행할지라도 과감하게 해결책 또는 대안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화해는 양극화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바뀔 결정적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는 모든 이에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지면이 배달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음을 밝힌다.

    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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