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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고양이의 쥐 생각 - 성선경 (시인)

  • 기사입력 : 2009-08-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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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도 더운데 더운 말씀을 하긴 그렇지만 참 요즘도 철 지난 명분으로 장난을 치는 고양이들이 있다. 대저 명분이란 포장이 그럴듯해서 얼핏 보면 참 옳은 말씀이다 싶을 때가 종종 있는 법이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로 고양이는 고양이 입장에서 발상의 출발이 되고 쥐는 쥐의 입장에서 발상의 출발이 되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두고 보더라도 그 풀어가는 방법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근래 담뱃값과 소주가격 인상을 놓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을 해서는 슬금슬금 저녁 해거름처럼 그림자를 덮어오고 있다. 명분이야 그렇다. 야, 담배는 몸에 해롭다. 담배를 좀 피우지 마라. 담뱃값을 올리면 좀 덜 피우겠지? 그래서 담뱃값을 올려야 되겠다. 같은 논리로 야, 술은 몸에 해로우니 좀 작작 마셔라. 소주가격을 올리면 좀 적게 먹겠지? 그러니 소주가격을 올려야 되겠다. 이 좋은 생각에 어떤 쥐들이 반대를 하겠느냐? 이런 생각들이다.

    하고 많은 것들 중 고급 양주도 아니고 하필 소주냐? 이 땅의 많은 쥐들에게는 소주 한 잔이 친한 친구보다 더 마음의 위안을 주고 담배 한 대가 우울한 하루를 견디는 큰 힘이 될 때가 많다. 담뱃값을 올리고 소주가격을 인상하면 모두들 금연을 하고 금주를 하고 헬스장으로 골프클럽으로 갈 것 같은가?

    뉴욕에서 신문가격을 올리니 그해 겨울에 동사자(凍死者)가 몇 배로 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 조그마한 변화에도 가엾은 쥐들은 영향을 받는다. 제발 이 조그마한 위안만이라도 그냥 두시라. 차라리 담배와 술은 건강에 해로우니 삼가자는 공익광고나 더 늘릴 일이다.

    OEDC국가 중 정년퇴직 이후에 가장 오랫동안 노동현장에 남아있는 국가가 멕시코와 우리나라란다. 이들이 노동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의 노년들은 정년 후 약 11년 동안 노동현장에 남아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60세를 정년으로 보았을 때 약 71세까지 노동현장에 남아있다는 말이다. 이들이 안온한 노년을 보내고 싶지 않아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다 아는 일이다.

    이제는 제발 명분만 가지고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섣부른 선동은 하지 말자. 부동산 경기의 안정을 위해서 부동산 보유세를 낮추어주는 여유를 우리나라는 가지고 있다. 세금이 필요하다면 좀 더 많이 가진 자에게서 구해야 할 것이다. 쥐들이 아무리 어리석어도 구밀복검(口蜜腹劍)의 달콤한 말에 속을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요즘은 정부에서 무엇을 한다고 말만 하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 여가선용을 위해서 만든다는 경륜장이나 복권사업이 가난한 민생들의 주머니를 털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오는 이윤들은 어디에 사용되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그 이윤들이 서민을 위해서 사용되는지? 서민들의 주머니만 털어온 게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최근에 대학입시제도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단다. 명분이야 옳을 것 같고 그럴듯하다. 그러나 도입한다는 말이 돌자 벌써 입학사정관제 대비 학원이 생겼다. 아주 대입 사정관의 요구사항에 맞춤으로 계획을 짜고 스크랩을 하는 일들을 학원에서 대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많은 가난한 학생들은 그 준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초등학교의 학업성취도는 학부모의 능력이다’라는 말이 성문법처럼 내려오고 있다. 명분이야 아무리 옳다 그래도 이제는 대학을 가는 일까지 부모의 능력에 따라 달라져서야 되겠는가?

    참 고양이들이 해주는 쥐 생각에 쥐들은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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