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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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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콩씨네 자녀교육-서일옥(시조시인 함안교육청 교육과장)

  • 기사입력 : 2009-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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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짙은 녹음에 싸여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가고 있다.

    하이얀 교복이 유월의 장미꽃보다 더 화사한 웃음소리를 물고 싱그럽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유모차를 끌고 한가로이 연못가를 거니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눈을 돌려 자세히 보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 더미, 흘러 넘치는 휴지통, 누가 버렸는지 모르는 담배꽁초, 사발면, 이름표를 단 스티로폼 그릇, 굴러다니는 소주병, 인도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 등을 발견할 수 있다.

    후진국을 변별하는 요인 중 하나가 시민의식이라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선진국일까?

    이웃나라 일본인들의 예절 교육 방법은 아주 엄격하다고 한다. 아이가 지하철 의자 위에 신발을 신은 채로 올라가거나, 백화점 등 공공장소에서 울거나 떼를 쓸 때, 부모는 그 즉시 야단을 치고 딴 장소로 데려가 잘못한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큰소리를 치거나 화를 내지는 않는다. 단호하지만 작은 목소리로 아이에게 잘못된 점을 말해 주어서 자신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오모이 야리가 있는 마음씨 고운 아이’를 자녀상으로 꼽는다.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 앞서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이란 의미이다.

    배려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나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함으로써 밝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요, 이것은 민주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웃고 떠들며 다른 사람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쓰레기 투기 금지 팻말 아래 쓰레기를 투기하는 사람도 있고, 목욕탕에서 악을 쓰며 아이의 때를 미는 극성 어머니도 있다. 교복을 입은 멀쩡한 학생들의 대화가 욕설로 시작해서 욕설로 끝나는 광경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그러면 누가 이것을 가르쳐야 하는가?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가정교육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으니 어릴 때부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명하게 가르쳐야 하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도 확실하게 알도록 해야 한다. 요즈음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바르게 지도하기가 참 힘들다.

    매사에 자기 중심적이며 조금만 귀찮아도 하지 않으려 하고 끈기도 없고 이해심도 없어 싸움이 잦다.

    거기다 야단이라도 치면 학부모가 달려오고 교장실에 전화가 오고 인터넷이 들끓고 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한다고도 한다. 뒤처지는 학력을 보충하기 위해 따로 보충학습이라도 시키려면 아이 기 죽인다고, 부모가 다 알아서 한다고 남기지 말라고 하니 학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와 권리는 보호 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고려대학교 총장을 지낸 홍의식씨의 주장을 빌리면 자유로운 문화 영토는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는 고려대 총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명심보감을 가르쳤다. 또 바둑왕 조훈현의 스승은 스무 살 때까지 조훈현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바둑을 같이 둔 것은 다섯 손가락 안이라고 한다.

    선생이 생각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바둑을 두는 기사의 태도)라고 생각했기에 스승은 그 기도만 가르쳤다는 것이다.

    요즘 곳곳에서 시 낭송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의 가정마다 시의 향기가 행복 바이러스처럼 번져가듯 사랑하는 자녀교육도 잠자는 감성을 깨워서 결 고운 생각으로 승화시켜 남을 위한 배려, 아름다운 사람의 관계가 형성되는 기초가 되길 바라면서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다는 정채봉님의 콩씨네 자녀교육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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