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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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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41) 남강⑭-산청 시천면~ 진주 수곡면

덕천강 굽이굽이 흘러 진양호서 숨 고르기
한방약초딸기 익어가는 산청 시천면 지나

  • 기사입력 : 2008-12-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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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 진양호


    지리산 한방약초 딸기


    효자리 삼층석탑


    팔각고분군


    남강댐 물 문화관


    자연이 겨울잠을 시작하는 이른 아침 길을 나서면 산과 강과 들판이 안개와 어울리는 행복한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계곡이 깊으면 물이 흐른다. 물은 생명을 불어 넣으며 메마른 대지를 적시며 강을 따라 흘러간다. 아름다운 물을 따라가는 길에는 가을추수를 끝낸 들판이 휴식을 취하며 새들에게 떨어진 곡식마저 아낌없이 내주고 있었다.

    겨울이 산자락을 곱게 타고 내리던 날 산청군 단성면 남사한옥마을을 다시 찾았다. 물레방아는 긴 겨울잠을 자고 있는 듯 멈추어 서있었다. 마을 초입에 있는 남사리 연혁비는 아무리 보아도 아담한 옛 남사마을과는 어울리지 않게 커보였다.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있는 돌담길은 여전히 한가로움 속에 고즈넉함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겨울바람을 맞으며 돌담길을 걸어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남사마을에서 아미랑 고개를 넘어가 반가운 마음으로 친구를 만나듯 덕천강을 만났다. 황량한 겨울바람에도 유유히 흐르고 있는 덕천강은 나그네를 따뜻히 안아주었다.

    △지리산 한방약초 딸기= 산청군 시천면 자양교에서 덕천강을 비켜 있는 지방도로 1005번을 따라가니 주변에 비닐하우스가 즐비했다. 텃밭 군데군데에는 서리를 맞은 배추가 통통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배추를 몇 포기 사려고 길 안쪽으로 들어서니 비닐하우스 안에서 인기척이 있었다. 후일 꿈으로 끝날지 몰라도 퇴직 후에는 작은 텃밭이라도 가꾸는 농민이 되려고 생각하고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처럼 농촌에 대한 귀동냥이라도 하려고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섰다.

    딸기가 익어가고 있는 비닐하우스 안은 후덥지근했다. 비닐하우스 내부의 온도 조절을 위해 비닐을 걷어 올리다, 모자를 눌러쓴 최도경(68·산청군 단성면 호리)씨가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약초를 퇴비로 만들어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하고 있는 딸기는 일반 딸기보다 노력과 생산비가 2배가 넘는다고 했다. 딸기 생산비를 절약하기 위해 지하수를 비닐하우스 지붕으로 보내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년 4월까지 생산을 한다는 비닐하우스 안에는 탐스러운 딸기가 고운 빛깔로 익어가고 있었고, 꿀벌들은 열심히 꽃과 벌통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생산원가를 걱정해야 하는 농촌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농촌이 살아야 도시도 살고 사람도 산다. 농산물이 조금 비싸도 믿을 수 있다면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사서 먹어야 한다. 그것이 함께 사는 공동체가 아닌가 싶다. 최도경씨의 환히 웃는 모습을 뒤로 하고 산청과 진주를 가르는 이정표를 지났다.

    길가 이정표에 이충무공진배미유지가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의 임명교서를 받은 후 군사 훈련을 시켰던 곳이다.

    △효자리 삼층석탑·팔각고분군= 덕천강이 사천과 진주를 가르는 창촌에서 지방도로 1045번을 만나면 강물도 여유로움을 갖고 흐른다. 여유와 낭만이 묻어나는 강에는 겨울의 진객 철새들이 군무를 펼치고 있었다. 효자리 삼층석탑과 팔각고분군이 있는 수곡면으로 길을 재촉했다.

    진주시 수곡면 소재지에서 지방도로 1001번을 따라 산청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뒤돌아 오면서 또 다시 길을 잘못 들었다. 중전미 마을에서 차를 세우고 집에서 땔감을 준비하던 주삼순(85)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더니 빙그레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이정표가 없는 문화재를 찾다 보면 종종 길을 잃어버린다.

    할머니께서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있어 할머니 대신 장작 패는 일을 해보았다. 나이보다 훨씬 건강해 보이는 할머니에게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고 익살을 부렸다. 할머니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장독 위에 말리던 곶감도 주고 텃밭에 곱게 키운 배추도 한 포기 스스럼없이 싸 주었다. 문화유산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아름다운 문화유산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진주시 수곡면 삼거리에서 700m쯤 진주 방향으로 가면 경찰 깃발이 펄럭이는 수곡파출소가 있다. 파출소 부근에서 이정표를 보고 안쪽으로 400m쯤 시멘트 길을 따라가면 30여 호가 살고 있는 효자리 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옛 절터로 추정되는 곳에 보물 제379호 고려시대의 삼층석탑이 있다.

    마을에 농촌 주택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집들이 몇 채 보였다. 도회지에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사를 왔다고 했다. 삼층석탑의 위층 기단은 각 면 모서리와 중앙에 폭이 넓은 기둥이 새겨져 있다. 마을 사람들이 탑에 들러 합장을 하고 있고 주변도 말끔히 단장되어 있다.

    탑의 기단 일부가 파묻히고 부서져 있으나 보존 상태는 비교적 좋은 편이고, 신라 석탑의 전형 양식에서 벗어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1층 몸돌의 서쪽 면에 문비조각이 눈길을 끈다. 조각은 얕지만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문짝 위쪽에 창살이 가늘게 표시돼 있으며, 그 아래에 동그랗게 조각되어 있다.

    효자리 삼층석탑을 나와 건너편 들판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길을 지나면 낮은 산중턱에 지대석과 면석, 갑석을 갖춘 팔각형 구조에 흙을 덮어 마무리한 무덤이 있다. 주차장에서 팔각 고분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시넝쿨이 우거져 있었다. 갑석의 마무리를 마치 석탑의 지붕돌처럼 살짝 추켜올려 상승감을 나타내었다. 묘지를 등지고 서니 확 트인 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인근 수곡면 사곡리에는 대각 서원과 송정선생장지구소가 있다.

    △남강 다목적댐·물 문화관= 고즈넉한 겨울이 내리고 있는 풍경을 뒤로 하고 지방도로 1001번을 따라 원내리 방향으로 가면 아름다운 남강댐이 반겨준다. 간이 휴게소가 있는 주차장 인근에 물방울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었다. 낮은 동산으로 올라가면 물 문화관이 있다. 물 문화관에서 진양호를 가장 넓게 바라볼 수 있다.

    남강댐은 남강을 가로질러 1962년 4월 처음 착공하여 1999년 12월에 2차에 걸쳐 완공한 낙동강 수계 최초의 다목적 댐이다. 길이 975m, 높이 21m, 부피 82만5000㎥의 중심 코어형 필 댐이다. 가뭄으로 수위가 줄어 코어가 드러나 보였다. 남강댐은 홍수를 예방하고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전기도 생산하고 있다.

    물 문화관은 물을 테마로 한 남강댐의 홍보관이다. 1층 전시관은 ‘물과의 만남’, ‘생명의 물’, ‘남강의 물’, ‘새천년의 물’ 등 몇 가지 주제로 꾸며져 있었다.

    ‘물과의 만남’ 공간은 물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생명의 물’ 공간은 요술 수도꼭지를 통해 물의 탄생, 물의 순환과정, 물과 인체, 식물 등의 관계를 설명해 주고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여럿 보였다.

    ‘남강의 물’은 남강의 과거·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조명하는 공간이다. ‘새천년 물의 공간’은 물 스크린과 물 벽을 통해 환상적인 물의 사계 영상을 보여주며, 전자수족관을 통해 다양한 민물고기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2층에 영상관과 전망대가 있었다. 건너편에는 진양호 공원이 있고 인근에 선사유적지와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이 있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 여행 Tip- 맛집

    외갓집가든: 진주시 수곡면 원내리. ☏ 055-759-9440. 최태영. 주인의 경상도 억양에서부터 시골 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직접 기른 촌닭, 흑돼지, 오리와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고향의 정취가 가득하다. 닭과 오리는 1마리 3만원, 흑돼지고기는 1인분 5000원.

    성리식당: 진주시 수곡면 대천리. ☏ 055-754-4580. 이민자. 신선한 재료로 경상도식 추어탕만 7년째 하고 있다. 민물고기 맛이 그대로 나도록 진국으로 끓여내기 때문에 외지에서 단골손님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1인분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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