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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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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자녀의 근시 진행 늦추려면- 서재명(마산대 안경광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4-09 19: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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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는 봄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꽃비가 내린다. 벚꽃잎 사이를 걷는 캠퍼스 학생들은 안경에 붙은 꽃잎을 떼어낸다. 그러고 보니 둘에 하나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꽃가루와 먼지 때문에 안경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선명한 시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눈이 나빠지는 것일까? 세계 곳곳에서는 각종 우주여행 상품이 출시되고 인간의 지능에 견줄 수 있다는 범용 AI가 기지개를 켜는 이 시대에 정작 24㎜밖에 안되는 작은 눈조차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24년의 현실이다. 우리는 분명 어렸을 때 안경 없이도 잘 보였던 거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이른바 ‘경아일체(鏡我一體)’가 되어 간다. 눈이 나빠지는 이유를 아직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근시 진행을 완화시킬 수 있는 몇 가지 현대 의학적 기술을 근거로 내 아이의 눈이 나빠지는 수준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근시를 통제하는 방법을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근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아보자. 사람은 태어날 때 몸도 작지만 눈도 작다. 신생아의 눈은 약 17㎜ 정도로 성인보다 작아서 초점이 망막을 벗어나서 흐려 보이는 원시 상태로 태어난다. 이후 신체와 함께 눈도 성장하면서 유전과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정시에서 멈추거나 혹은 근시로 이행하게 된다. 근시는 망막 앞에 초점이 맺혀 근거리보다 원거리가 흐려 보이는 굴절이상이다. 즉, 눈의 길이가 앞뒤로 길어졌거나 각막의 만곡도가 급해서 망막에 도달하기 전에 초점이 맺힐 경우 발생하는 경우이다.

    근시 통제를 위한 방법으로는 첫째,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없이도 주간에 명료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잠을 자는 동안만 사용하는 각막교정술(orthokeratology·OK렌즈)이 있으며 흔히 ‘드림렌즈’로 불린다. 각막교정술은 각막의 곡률을 일시적으로 재구성하여 주간 시생활을 개선하고 근시의 진행마저 지연시킨다. 이러한 비수술적 각막교정술은 안전하고 원하면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어서 가역적인 방식을 제공한다. 둘째, 아트로핀이라는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약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번거로움이 있지만 약물의 농도를 최소화시키면 공막의 성장을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혀졌다. 셋째, 최근 국내에서도 이슈화되고 있는 다초점 소프트콘택트렌즈와 다초점 안경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원리는 각막교정술과 동일한 광학적 효과를 나타낸다. 이들 모두 망막 주변부의 초점을 망막보다 앞에 맺히게 하여 눈의 성장을 막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넷째, 야외의 자연광 특히 근적외선 영역대의 저출력 파장(저녁 노을)은 망막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켜 눈의 성장을 제어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근시 유병률이 높은 대만과 싱가포르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1~2시간 야외 체육활동을 교육정책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근시는 기본적으로 단순한 굴절이상으로 분류하지만 눈의 성장 수준이 지나치면 망막이 얇아지는 등의 안과적 합병증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근시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0억 명에 영향을 주어 글로벌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근시 진행을 통제하는 기술들을 토대로 역발상을 해보자. 먼저, 성장기의 아이들이 오후 시간대 야외에서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 또한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망막 주변부 초점의 위치를 근시화시킨다면 근시 진행을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오늘 피는 꽃은 내년에도 피겠지만 안경 없이 선명하게 꽃을 보던 아이가 내년, 후년에도 계속 선명하게 볼 수 있을까? 글쎄, 언젠가는 실현될지 모르겠지만 당장은 오늘 내 아이의 안경으로 내년, 후년에도 여전히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시력이 유지라도 되기를 희망해본다.

    서재명(마산대 안경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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