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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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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울경 메가시티, 본질을 보자- 정원식(경남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4-03-26 19: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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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가시티(megacity)가 화두다. 총선을 앞둔 낙동강 벨트는 부울경 메가시티 재추진 논쟁으로 뜨겁다. 민선 7기 부울경 3개 시도가 추진했던 ‘부울경 특별연합’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이 곧 부울경 메가시티인 것처럼 들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울경 특별연합은 메가시티 자체가 될 수 없다. 메가시티를 실현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기존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 위에 3개 시도의 광역 업무를 관할하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민선 7기에서 추진됐으나 민선 8기 출범 후 실효성과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단됐다. 부울경 특별연합을 추진할 때 정부가 약속했던 기능 이양과 권한 확대, 재정 지원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150명 가까운 인력과 연간 160억원이 넘는 운영비를 투입할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신 최소 규모로 부울경 특별연합이 추구했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자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출범시켰다.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에서는 부울경 1시간 생활권 형성, 미래 신성장산업 육성 등 부울경 협력과제를 실행하면서 메가시티를 향해 가고 있다. 방식만 달랐지 민선 7기나 민선 8기 모두 부울경 메가시티 실현을 위해 중단없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좌초된 부울경 특별연합 부활을 외치니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이제는 메가시티의 본질을 봐야 한다. 메가시티는 2018년 UN 〈세계도시화 전망보고서〉에서 인구 수를 기준으로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로 분류했다. 꼭 단일 도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심 도시와 핵심 도시 간 일일생활권으로 생활과 경제, 문화 등이 기능적으로 연계된 대도시권인 메가시티리전(mega-city region) 개념으로 확대해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여기에 균형발전의 의미까지 포함해 쓰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부울경 메가시티는 특별연합이나 경제동맹 같은 물리적 수단이 아니라 부울경 지역(place)과 사람들 간 진정한 협력을 통해 달성해야 할 지향점이다. 메가시티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수도권과 더불어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는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21세기는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글로벌 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서울은 서울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수도권에 대응할 만한 규모와 경쟁력을 갖춰야 국가균형발전도 있을 수 있다.

    지금 부울경은 급속한 고령화와 지속적인 청년인구 유출, 산업재편에 따른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로 소멸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절박함이 부울경 메가시티를 재소환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논쟁만이 한창이다. 이제는 달을 보자. 부울경이 수도권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여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 특별연합이니, 경제동맹이니 하는 수단 논란은 접어두고 진정한 메가시티를 만들기 위해 중지를 모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부울경 소멸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정원식(경남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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