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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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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합의는 토의문화의 정착이다- 윤종덕(시인·평론가)

  • 기사입력 : 2024-03-26 1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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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을 앞둔 현시점에서 당쟁만 일삼는 것에만 몰두하지 말자. 민심을 챙길 수 있는 여유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이, 지역을 이끌어가는 일꾼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이 환상에 불과할까.

    우리는 토론과 토의의 차이점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어떤 모임이나 직장에서 하는 회의나 국회에서도 토의보다는 갑론을박으로 팽팽하게 활시위를 서로 잡아당기고 있는 격이다. 물론, 어떤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토론이라는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의 수립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토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성숙한 문화란 잘 숙성된 김치와 같은 것이다. 배추가 짠 소금기를 빨아들여 순수한 물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스스로 간이 배어 발효를 시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희생 없이는 봉사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김치가 좋은 맛을 낼 수 있음은 결과적으로 사람의 손끝에서 나오는 손맛에서 이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과 나라를 위하는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 또한 인격과 인품의 맛을 잘 내어야 할 것이다. 이는 지역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지역과 국가에 충성하고, 봉사하는 자세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라 하겠다. 개인의 영달만을 꿈꾸지 않고, 스스로 군자가 되는 인품의 향기가 매력적인 선량으로 숙성시켜 그 향기가 널리 퍼져 갈 것이다.

    토론문화가 토의문화로 되기까지는 김치가 곰삭듯이 서로 자신을 희생시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는 숙성된 향기가 새로운 맛을 내듯 화합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합의는 그 사회의 영양식이 되어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자신의 단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상대의 장점 또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세와 행동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존중의 풍토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동물의 탈을 벗어나려면 이기적인 생각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당쟁이 당(黨)의 유불리와 이익에 집착하기에 격렬한 투쟁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은 이유이다. 말은 쉬우나,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는 다소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의 합의는 토의문화 정착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세상은 높고도 넓다. 가야 할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으며, 이루어야 할 업적도 많으리라. 선의의 경쟁으로 유권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지도자상의 정립으로, 이번 총선에서 보여줄 선량들이 내놓을 수 있는 정책들은, 무엇보다도 유권자들과 협의하는 자세로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에 좋은 방안과 개선책을 내놓음으로써 민심이 잘 반영된 정책들이 지역 경제의 성장은 물론, 문화진흥의 길을 여는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가 되어, 밝아오는 태양처럼 빛나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윤종덕(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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