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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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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막말의 계절-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24-03-18 19: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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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철이라는 게 새삼 체감된다. 언제나 선거 때만 되면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 앞서는 정치인들의 막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누차 ‘말로 흥한자 말로 망한다’고 했지만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정치인들의 습성상 그것이 흥하기보다는 망하는 쪽으로 귀결되는, 독이 발린 검인데도 겁 없이 꺼내 휘두른다. 본인이야 본인 입 때문에 망하면 그만이지만 듣는 사람들은 참 피로하다.

    ▼막말은 정치인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자라면서 어른들이나 지인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 직설적인 성격 탓에 마음과는 다른 말들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돌아보면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내뱉은 자괴감과 부끄러움으로 몇 날 며칠을 후회하면서도 매번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 젊은 날에야 객기였다고 변명이라도 하지만 지천명을 한참 넘어서고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한번 내뱉은 말이란 정말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무서운 것이다.

    ▼막말하는 저변에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심리가 깔려있다고 한다. 막말을 함으로 스스로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시원하게 말을 한다는 소리에 현혹되기도 하며, 이 때문에 공격을 받으면 더 큰 반격에 나서 일을 키우기도 한다.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관리에 실패하면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막말의 대가는 크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줌으로써 신뢰를 상실하고, 자신의 품격도 떨어뜨린다. 막심한 후회는 필수다.

    ▼말은 운명을 바꾼다. 법정 스님은 “말을 함부로 쏟아버리지 말라/우리 인간에게는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귀가 있는데 혀는 하나뿐이다/보고 들은 것의 절반만 말하라는 뜻이 아닐까/아무리 화가 났을 때라도 말을 함부로 쏟아버리지 말라/말은 업이 되고 씨가 되어 그와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라고 했다. 막말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그 사람의 수준이자 인격일 뿐이다.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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