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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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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선민의식(選民意識)-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3-14 19: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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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6년 시카고대 라이트 밀즈 교수는 저서 ‘파워엘리트(Power Elite)’에서 미국 사회가 노력에 따라 성공이 보장된다는 통념은 허상이라고 직격했다. 군부와 경제, 정치 지휘부를 차지하는 소수 집단, 즉 파워엘리트가 한통속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대물림하는 실상을 파헤쳤다. 대다수 국민은 자의적이지 않은 결정에 휘둘리며 조종당한다고 했다.

    ▼파워엘리트 개념은 시공을 초월한다. 2014년 영국 정부는 고용 조사에서 처음 ‘계급 태생(class origin)’ 질문을 도입했다. 10만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특권층 출신이 엘리트 직종에 종사할 확률은 노동 계급 출신보다 6.5배 높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의료계가 독보적이다. 특권층은 노동 계급 출신에 비해 의사가 될 가능성이 12배 많았다. 부모가 의사인 자녀가 의사가 될 확률은 다른 직종에 비해 무려 24배나 높았다.

    ▼이너서클(Inner circle)은 배타적이고 이기적이다. 대한민국 블랙홀이 된 의사 파업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만의 엘리트주의가 깔렸다는 게 대중의 불편한 시선이다. 승자독식 구조에서 만끽해 온 독점적 보상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속내로 읽힌다. 급기야 실토한 막말은 공분을 자아냈다. 의대 증원에 대해 ‘반에서 20~30등 하는 학생이 의사 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타당성마저 결여된 노골적 계급 특권 의식의 발로다.

    ▼능력자가 파이를 더 차지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한데 학벌주의, 능력주의는 파워엘리트의 우월감을 떠받치는 주춧돌이 됐다. ‘우리는 너희와 다른 부류’라는 선민의식은 곳곳에 암약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대판 신분제가 은밀한 방식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족벌 경영과 전문직 대물림 등 엄연한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내세울 학벌도, 뒷배경도 없는 한미(寒微)한 아웃사이더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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