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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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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사이-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3-13 0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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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강이 흐릅니다. 어디 사람에만 그 강이 있겠습니까. 말 못하는 짐승과 사람 사이에도, 꽃 한 송이나 돌 하나에도 형언하거나 깊이조차 알 수 없는 간격이 있습니다. 눈과 마음으로 보고 느끼며 몸으로 체감하는, 때론 가깝고 때때로 아주 먼 늪과도 같은 간격의 강이 있습니다. 가까워 한 몸이 되었다가도, 도무지 그 끝을 알거나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칠흑같이 검디검은 심연과도 같은 강이 서로에게 먹먹함과 날이 선 서늘함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의 강은 군신, 부부, 형제, 자매 등 그 대상이 누구든 예외가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맑디맑아 숨길 수 없거나, 검디검어 그 속을 짐작할 수 없어 ‘그저 묵묵히 도도하게 흐른다’는 표현이 절반의 정확성이 있을 겁니다. 군과 신, 노와 사처럼 한쪽이 강하고 한쪽이 지극히 약할 경우는 그 간격이 얼마가 되거나, 해석의 여지조차 관계없이 강한 자의 의견에 따라 간격과 사이가 정리됩니다.

    ▼군신이나 노사의 경우와 달리 자매나 형제와 같이 물리적으로 둘의 지위가 모호한 경우, 도저히 그 간격을 정확하게 헤아릴 수 없습니다. 루이저 린저의 자전적 소설 ‘생의 한가운데’에 나오는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를 굳이 퍼 나르지 않더라도 언니나 동생, 형과 아우 모두가 경쟁적으로 살지 않기에 당사자 모두 서로를 완벽하게 알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문제는 물리적 거리나 간격이 아니라 심리적 거리나 간격일 것입니다. 물리적인 것으로 따지면 우리 눈으로 겨우 13마일 정도의 가시거리만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널리 배우고 익혀 얻은 인간의 심인적 인지능력은 130마일도 충분히 헤아리고 짐작할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지면과 이 글 사이에 얼마의 틈새로 이처럼 모나고 거친 문장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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