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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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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문화예술단체 지원사업 ‘공모 전환’ 곳곳 혼란

도, 투명성 제고 위해 방식 변경

  • 기사입력 : 2024-03-11 20: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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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단체 “설명 없이 일방적 추진
    절차 늦어져 상반기 사업 차질”

    도 “변경 첫해라 시행착오 겪어
    내년부터 문제없이 진행될 것”


    경남도가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사업을 올해부터 공모방식으로 전환하며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지원시책 변경으로 인해 기존에 지원을 받던 예술단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도 공모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사업으로 진행했던 예년의 경우 전년도 12월께에 예산이 확정됐다.

    11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개별사업으로 진행했던 문화예술분야 지원사업을 올해부터 공모방식으로 변경했다. 지원사업의 경쟁력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각 시군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행사는 경남도에서, 민간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도문화예술진흥원에서 공모를 진행해 기준에 부합할 경우만 지원하는 식이다. 문제는 시책 변경 전 문화예술단체에 어떤 설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단체들은 올초 갑작스럽게 공모 소식을 접했고, 절차가 늦어지며 상반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경남문학’ 2023년 가을호(통권 144호).

    ◇계간 ‘경남문학’ 발간 무기한 연기= 경남문협의 경우 계간지 ‘경남문학’ 발간이 불투명해졌다. ‘경남문학’은 1982년 첫 호를 내고 40년 넘게 이어오며 지금은 매 계절 발행하는 계간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해는 예산이 제때 확보되지 않아 2024년 봄호 발간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경남문학 초대 편집장을 지낸 오하룡 시인은 “경남문학 발간은 그간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왔는데, 올해 갑자기 사업이 공모방식으로 바뀌면서 앞으로의 지원이 불투명해졌다. 정기적인 간행을 못할 수도 있다”며 “시책 변경이 말도 없이 진행되는 바람에 미리 대비를 하지 못해 당장 봄호 발간부터 멈춰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통상 3월 초에 나오는 봄호는 2월께 원고를 받아 한 달여 편집 과정을 거쳐 발간한다. 그러나 올해는 지원 방식이 갑자기 변경된 데다 3월 중순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공모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원고를 받아놓고도 봄호 발간을 못하고 있다. 경남문학 발간이 포함된 경남도의 ‘문화활동 맞춤형 지원사업’은 11일까지 공모 신청을 받고, 이달 말께야 선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도내 문예단체들 공모방식 전환 불만= 기존 사업을 맡아오던 단체들도 도의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지원시책 변경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미진한 추진절차와 선정기준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경남예총 관계자는 “경남도가 사전에 지원방식 변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논의를 하지 않아 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경남미술협회 관계자는 “1월 공모사업 설명회 개최 전까지 어떤 설명도 없었다. 설명회장에서 3~4월에 있는 행사들은 어떻게 되느냐 물었더니 문예진흥원 관계자가 난감해하며 웬만하면 3월에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적어도 올해 예산을 편성할 작년 후반기 즈음 사전설명을 통해 다듬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 음악단체 관계자도 공모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신생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그간의 공로나 업력 인정할 만한 우대조항 같은 게 없을 뿐더러, 공모화 취지가 새로운 단체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서 반대로 기존 단체들이 배제될 우려도 크다”고 했다.

    도문예진흥원에 따르면 도민의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한 ‘문화활동 맞춤형 지원사업’ 대상은 단체·법인 소재지를 경상남도에 두고, 공고일 기준 최근 5년 이상(도내 5건 이상) 문화예술 활동실적을 보유한 비영리법인·민간 문화예술단체다.

    ◇경남도 “내년엔 차질없이 진행할 것”= 경남도는 공모가 도내 문화예술단체들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며, 올해가 변경 첫해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역사성 있는 단체의 행사나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똑같은 단체에서 하던 걸 계속 자기 돈처럼 지원받는 건 맞지 않다”며 “공모사업이 기존 단체에 속하지 못한 신진작가나 신생단체 등에도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기존 단체들도 새롭게 계획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모를 통해 분야별 전문가들을 구성해 공정하게 선정하게 된다. 정말로 필요한 사업이라면 전문가 평가에서도 마땅히 지켜질 수 있다”면서 “올해 처음 시행하는 공모이기도 하고, 또 탈락 단체들이 다른 사업에 공모할 수 있도록 사업들을 순차 공모하다 보니 전체 일정이 늦어진 면이 있다. 내년에는 한꺼번에 빨리 진행해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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