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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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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가 선택하는 힘- 강민수(강민수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기사입력 : 2024-03-05 19: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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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는 참 다양한 세금이 있다. 호주는 이혼율이 40%에 육박하여 이혼 억제 정책 중 하나로 ‘이혼세’를 부과한다. 또한 에스토니아에서는 소의 방귀와 트림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메탄가스를 많이 함유한다는 이유로 소를 키우는 농가에 ‘방귀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비만세, 폭우세, 입탕세 등 특이하고도 재미있는 세금들이 많다. ‘비만세’는 세계 최초로 덴마크에서 포화지방 1㎏당 한화 약 2700원을 부과한 것이고, ‘폭우세(Rain Tax, 미국)’는 건물 부지의 오염물질이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유입되어 수질을 오염시키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에서 지붕과 주차장처럼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포장된 표면 면적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었다. ‘입탕세’는 일본에서 광물질을 함유해 치료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광천장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담근 관광객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물론 실제로 해당 세금을 납부하는 납세자들은 썩 재밌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특이한 세금들을 부과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듯이 국가에는 세금이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국가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민의 4대 의무 중 납세 의무가 포함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세금과 국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러나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되듯이, 의무가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게 되면 저항의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 멀게는 19세기 조선에서 무명잡세 폐지를 주장했던 동학농민운동(1894년)이 그 예이며, 가깝게는 1979년 부마항쟁에서 부가가치세 도입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렇듯 역사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세금은 국가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와 세금에 대해서는 알겠다. 그렇다면, 선거와 세금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대표 없이 조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ve).’라는 원칙이 있다. 해당 원칙은 미국독립전쟁 때 내건 슬로건 중 하나이다.

    여기서 대표란 의회, 국회에서의 대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나 국회의 동의 없이 조세는 부과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영국은 대영제국전쟁에서 진 빚을 충당하기 위하여 ‘설탕법’이나 ‘인지세법’ 같은 식민지의 세금을 식민지 개척민들이 스스로 선출한 국회의원의 참여 없이 통과시켰다. 식민지 개척민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통과되는 법은 영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믿었으며, 결국 영국의 식민지에 대한 과도한 조세정책에 대한 반감이 미국독립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긴 시간이 흐른 지금, ‘대표 없이 조세 없다.’라는 원칙은 조세의 부과는 반드시 법률에 의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로 확립되었다. 더하여 대한민국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임을 서술한다. 그리고 입법하는 국회의원은 유권자인 ‘우리’가 선택한다.

    2024년 4월 10일,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 국민이 선출하는 대표 없이 과세할 수 없다는 ‘대표 없이 조세 없다.’ 원칙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

    대한민국 유권자인 ‘우리’가 ‘우리’의 대표를 선택하는 힘에 마땅한 자부심을 느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강민수(강민수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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