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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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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아내의 잔소리- 조현술

  • 기사입력 : 2024-02-29 08: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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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의 잔소리는 그믐밤에 손전등

    어두운 삶의 길을 살펴가라 다독이며

    한평생 영혼의 등불 목쉰 소리 따라오네


    나팔꽃 봉오리는 아내의 잔소리다

    창가에 기웃대며 방 안을 살피다가

    새벽녘 늦잠 든 남편 뚜뚜뚜뚜 깨운다오


    가슴을 쓸어안고 타버린 시간들이

    남편만 바라보고 쏟아낸 잔소리가

    총총총 해바라기꽃 까만 씨앗 여물었소


    ☞ 세상에는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리들이 있다. 정감이 가는 새소리를 비롯해 수면을 유도하는 빗소리, 파도 소리가 있는가 하면 쓸데없는 말이나 필요 이상으로 꾸짖거나 참견하는 잔소리도 있다.

    아내는 혼인관계의 여성으로 연인이고 동반자이며 집 안의 해 같은 존재다. 그러기에 아내는 시대와 나이를 불문하고 방식과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남편에게 많은 잔소리를 한다. 반복해서 이야기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아내는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하게 된다.

    “어두운 삶의 길을 살펴가라 다독이며” 그믐밤에 손전등 같은 소리라면 한평생 듣고 살아도 콧노래처럼 흥겨울 것이다. 실패나 좌절을 바라지 않는 잔소리가 사랑의 밀어나 경종으로 느끼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또한 아침이면 “새벽녘 늦잠 든 남편 뚜뚜뚜뚜 깨운다오”라니 나팔꽃처럼 애정 어린 표현으로 상쾌한 아침을 깨우는 알람 소리라면 더없이 감미롭고 믿음직스럽다. 보통의 부인들처럼 남편만 바라보며 살아낸 시간들이 “총총총 해바라기꽃 까만 씨앗 여물었소”라고 표현하는 시인에게 “아내의 잔소리”는 아내에 대한 최고의 찬사와 사랑의 고백이다.

    -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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