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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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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빗방울- 정현대

  • 기사입력 : 2024-02-22 08: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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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하늘에 반짝이던

    수많은 별들이 내려오나


    방울방울

    강물 위에 떨어지며


    동그라미를 만들면서

    그리면서


    자꾸만 번져간다

    강물을 수놓으며


    지난밤,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 거실로 나왔더니 온통 빗소리였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빗물이 옥상 빗물관을 타고 내려가는 소리, 하천을 요란하게 흘러가는 물소리. 어디서 저 많은 빗방울이 내려오는 걸까? 어제 본 하늘의 구름이 다 녹아내린다 해도 저렇게 밤새 내리지 못할 듯한데.

    시인은 아이의 마음이 되어 별빛을 빗방울로 내리게 한다. ‘밤하늘에 반짝이던 / 수많은 별들이 내려오나’. 아득한 시간 건너에 있다는 별들이 시공을 건너서 보내오는 별빛들. 그 빛이 우주를 지나오며 본 것들을 저 많은 빗방울로 쏟아내는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기쁘거나 슬프기도 하고, 문득 무엇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일까?

    세차던 빗방울 소리가 얌전해져서 가만가만 내린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밝아온 아침, 하천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무수한 동그라미 발자국을 만들고 있다.

    ‘방울방울 / 강물 위에 떨어지며’ 빗방울은 ‘동그라미를 만들면서 / 그리면서’ 흐른다. 빗방울의 동그라미는 강물을 다듬어 바다에 가 닿겠지. 바다는 한낮의 햇빛을 가득 담아 두었다가 밤이면 그 빛을 하늘을 쏘아 보내겠지. 먼 별들이 그 빛을 받아 반짝이다 빗방울이 되어 다시 돌아오겠지.

    부지런한 빗방울들이 봄비, 봄비, 하고 소곤거리며 내린다. 거리마다 개화 소식이 동그랗게 번져간다. -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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