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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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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경남] (2) 몽고식품 창원공장

6개월 정성으로 빚었다… 120년 장맛으로 빛났다

  • 기사입력 : 2024-02-20 20: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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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밀 섞어 발효 후 메주 만들어
    소금물과 발효탱크서 6개월 숙성

    잘 익은 간장은 압착과정 거쳐
    액만 걸러 배합조서 염도 조절
    살균·여과 통해 미생물 등 제거

    용기에 간장액 주입·상표 부착
    완제품 검열 거쳐 포장 후 출고


    6개월, 몽고식품 창원공장에서 간장 한 병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이다.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에 위치한 1만9834㎡(6000평) 규모의 간장공장 내부에는 ‘장독대’ 역할을 하는 초대형 금속탱크 30여 대가 우뚝 서서 119년 간장 기업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간장의 원료인 콩·밀·소금으로 메주를 띄우는 것부터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편한 상품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공정 과정은 예상보다 정성스럽고 세심하면서도 웅장했다. 이날 찾은 몽고식품 창원공장은 1987년 만들어져 긴 세월 지역에 뿌리를 내리며 꾸준히 간장을 생산해내고 있는 공간이다.

    몽고식품 창원공장 내포장실에서 송표간장 900㎖ 상품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포장되고 있다.
    몽고식품 창원공장 내포장실에서 송표간장 900㎖ 상품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포장되고 있다.


    1905년 마산 자산동에서 시작한 장유(醬油) 제조업체 ‘야마다 장유양조장’을 전신으로 한 몽고식품은 1945년 독립 후 당시 공장장이던 김흥구 사장이 1946년 몽고장유양조장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몽고라는 상호를 알렸다. 마산의 고려시대 우물 몽고정 물을 사용해 간장을 만들면서 붙여진 몽고는 그 이름 자체가 창원의 역사다. 공장 관계자는 “30년 넘게 이 자리에서 간장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지속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장비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몽고식품 연혁
    몽고식품 연혁

    ◇제국과 발효= 간장 만들기의 시작은 주재료인 콩과 밀 처리부터다. 공장 내 거대한 원재료 저장고(사일로)에 각각 탈지대두와 소맥이 들어오면 첫 과정이 시작되는 셈이다. 콩에서 기름을 짜낸 탈지대두는 파이프를 통해 연속증자기로 옮겨져 침와 예열을 통해 증자된다. 이와 동시에 볶음실로 옮겨진 밀은 볶이고 분쇄되는 과정을 거친다. 잘 쪄진 탈지대두와 만난 밀은 혼합 과정을 거쳐 거대 원형 제국실로 옮겨지는데, 제국은 간장의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몽고식품만의 기술로 48시간의 발효 과정을 통해 메주로 띄워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만드는 메주와 다른 점은 가루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작은 입자가 더 활발한 발효를 돕는다는 설명이다. 완성된 메주는 또다시 파이프를 타고 발효탱크로 옮겨지는데, 정제된 소금물을 함께 투입해 6개월가량 숙성시킨다. 그동안 발효탱크 안에서 몽고만의 맛과 향을 내는 간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50t부터 120t까지 기능에 따라 다양한 규모로 세워진 수 십개의 발효탱크는 이날도 제각각 간장을 숙성시키고 있었다.


    원형제국기 내부
    원형제국기 내부

    ◇압착·배합·살균·여과= 발효탱크에서 잘 익은 간장원액은 압착과 살균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가장 먼저 압착여과실에서 넓은 포에 부은 간장원액을 며칠에 걸쳐 자연압착 시킨다. 거대한 압착통을 통해 총 72시간 동안 3단계에 걸쳐 천천히 간장의 수분을 빼는 작업이다. 압착기 하단에 고여진 적갈색 간장을 보여준 관계자는 “신선한 간장의 색상은 짙은 검정이 아닌 붉은기운을 띄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압착 과정을 거친 뒤 수분이 완전히 빠진 간장박은 사료로 사용된다. 압착실 옆으로 수톤의 간장박이 포대에 담겨 있었다. 압착을 통해 걸러진 간장액은 배합조로 옮겨져 몽고 특유의 배합비율로 염도를 조정하고, 이후 순간 고온 살균기로 이동해 85℃에서 미생물을 없애는 작업을 거친다. 이후 여과기로 옮겨지는데,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와인여과기를 사용해 찌꺼기가 없는 깨끗한 간장이 완성된다.

    압착기
    압착기
    배합기
    배합기
    여과살균과정
    여과살균과정

    ◇상품 포장·출하= 마지막 단계는 포장이다. 이날 포장되고 있는 간장은 송표골드 900㎖였다. 내포장실에서는 1시간에 6600개의 간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세병기 내부에서는 투명 용기가 춤을 추듯이 차례로 공기(에어)로 살균·이동되고 있었다. 공용충진기로 옮겨진 투명 용기에는 분사구를 통해 간장액이 가득 채워졌다. 검붉은 간장 상단에는 얇은 거품층이 쌓였다. 간장 내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공장 관계자는 적정한 주입 속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거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장병 뚜껑이 닫히고, 상표 부착까지의 과정이 이어지면 우리에게 익숙한 노란색 띠를 두른 송표골드가 완성된다 . 모든 과정은 자동화로 진행됐으며, 마지막으로 검사자가 라벨링된 완제품을 육안으로 재확인하고 있었다. 포장이 제대로 안 된 상품을 선별하는 것이다. 이후 로봇이 간장을 분류하고 박스 포장한 뒤 거대한 물류창고로 옮겨졌다. 거대한 규모에 가득 쌓인 간장들은 이제 전국 곳곳의 주방에서 식탁의 감칠맛을 책임지게 될 것이다.

    간장 포장과정
    간장 포장과정
    몽고식품 창원공장 내포장실에서 송표간장 900ml 상품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포장되고 있다.
    몽고식품 창원공장 내포장실에서 송표간장 900ml 상품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포장되고 있다.

    공장을 나서는 길, 그동안 주방에서 손쉽게 애용하던 노란색 몽고간장이 새삼스럽다. 첨단기술의 시대, 빠른 속도로 대량생산 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기기로 메주를 띄우고 긴 시간 공을 들이는 간장공장이 정성스럽게 느껴졌다. 몽고식품 이창권 상무이사는 “우리는 100년 넘게 간장을 만들고 있지만 그 맛이 처음과 같지는 않다”며 “매일 더 나은 간장맛을 위해 고민하고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식재료와 가장 잘 어우러진 맛을 내는 간장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고 말했다. 긴 시간 잘 발효된 간장공장의 묵직한 신념인 듯했다.

    글= 조고운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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