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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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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늘봄학교에 대한 단상- 한경임(창원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2-20 19: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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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에서 2학기부터 늘봄학교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후 8시까지 아이를 학교에서 돌봐주고, 저녁밥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저녁밥까지 준다니 학기 중에 가정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씻고 잠만 자는 곳이 되어 버리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학교 가느라 아침 식사도 거르기 일쑤인 학생들이 저녁까지 학교에서 먹고 온다고 하니 밥상머리 교육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서 교복을 벗고, 가족에게 학교에서 즐거웠던 일, 짜증나는 일도 얘기하고 싶고, 선생님에게 칭찬받은 일도 얘기하고 싶습니다.

    가족은 가정에서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야 합니다. 가족이라고 당연히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가족 관계는 상호작용적인 것입니다. 사람 간의 관계는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많아야 이해도 많아지고 사랑도 더 단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치관을 형성하고, 생활습관과 예절도 배우고, 정서도 안정되게 됩니다. 가족에 대한 소속감,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안정감이 있어야 학교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에서 이런 시간을 줄여 가족 간의 사랑이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무산시키려고 합니다.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부모가 일하는 기업에서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무 형태의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대부분 직장에서 9시부터 6시까지 정해진 근무 시간을 9시부터 2시, 2시부터 7시로 나누어 고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2교대 근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후 시간에는 미혼인 젊은이들이 정규직이나 파트 타임 형식으로 일을 하고 이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입니다. 파트 타임 일자리가 불안정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어느 기업이 출산 직원 자녀에게 1억원을 지급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지금 당장 1억을 주기보다 출산 직원에게 아이와 함께 할 육아 휴직 시간을 넉넉히 주고, 복직해서도 언제든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 아이 양육과 가정을 돌보기 위해 2시 전까지만 근무하고 퇴근해도 직장에서 해고될 염려가 전혀 없는 그런 근무 조건을 모든 직장에서 시행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없을까요?

    가정에서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들과 부모와의 애정과 정서 안정감이 강해지고, 아이를 더 낳아도 잘 기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기면 출산율도 높아질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부모들이 아이들과 정서 관계를 강화하며 양육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지역사회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아버지가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아버지와 아이들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한 부모 가정이나 결손 가정 아동을 위한 돌봄 등의 정책 또한 추진해야 합니다. 아무쪼록 다 함께 머리 맞대 가족이 해체되지 않고 나라의 근간을 가정이 떠받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한경임(창원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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