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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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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우리’라는 말과 혈통-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 기사입력 : 2024-01-31 19: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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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기가 느껴지는 말 한 마디 나눈다/ 오랜 통증 굳은 마디 어혈이 풀리고/ 훈풍이 슬몃 이는 곳 ‘우리’라는 말 속에는// 철저한 이방인도 풀어지는 온화함/ 외길 걷다 지쳐도 돌아보면 더불어/ 낯선 듯 익숙해지는 ‘우리’라는 말 앞에서// 참을 인(忍) 새겼어도 아픈 자리 넓어질 때/ 약침 한 방 맞으면 다시 서는 오뚝이로/ 반가운 믿음의 말이 ‘우리’라는 그 말이다.

     우영옥 시조시인의 〈‘우리’라는 말〉이란 시조를 읽는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을 일주일여 앞두고, 가족처럼 이웃처럼 살갑고 따뜻한 말, ‘우리’라는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우리’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우리 가족’, ‘우리 동네’, ‘우리 학교’, ‘우리 나라’ 등과 같이 ‘자기와 함께 자기와 관련되는 여러 사람을 다 같이 가리킬 때 또는 자기나 자기 편을 가리킬 때 쓰는 말’로 일부 명사 앞에 흔히 관형어로 쓰는 말이다. 둘째는 ‘돼지우리’와 같이 ‘짐승을 가두어 두는 곳’으로 명사로 쓰이는 말이다. 전자와 후자의 쓰임의 용도는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한 마리 이상의 가축의 집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은 어떠한가. 갈수록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집이 많아진다. 예전에는 집의 개념은 2·3대 일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살아가면서 훈훈하게 정붙이며 사는 공간이었다. 그러다 성장한 자식들은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은 물론 결혼과 동시에 독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랜 시간 부부가 서로 등을 기대며 서로 버팀목 역할을 하다 혼자 남겨지는 늙고 병든 독거노인의 집이 많았다. 물론 고령화로 독거노인의 집이 많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독거노인들이 모여 생활하는 요양공간이라든지 단체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오늘날 독거의 공간은, 더 이상 노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교육환경과 사회환경으로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가는 집도 많지만, 결혼 적령기를 넘어서도 결혼하지 않고 그냥 혼자 사는 집이 많다. 어쩌면 결혼 적령기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면 의도적으로 독신주의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이 되어버린 것은, 즐길 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가는 데 있어 불편함을 못 느끼지만, 고독사는 늘어나는 추세다. 갈수록 ‘우리’라는 말보다 ‘고독하다’, ‘외롭다’는 말이 많아 극단적 선택도 자주 발생하곤 한다.

     가족관계에 있어 향기로운 그 말 ‘우리’라는 말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여기저기 짐승을 가두어 놓은 것처럼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혼자 거주하는 ‘우리’가 많아졌다. 외로움 덩어리가 사는 집은 인터넷과 TV모니터와 산다. 간혹 덜덜덜 돌아가는 세탁기와 산다. 주로 음식을 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식탁은 깔끔하다. 냉장고엔 오랫동안 두고두고 먹는 구수한 엄마 맛이 사라졌다. 배달의 민족답게 신속배달 1회용 맛이 즐비하다. 1회용 음식을 즐비하게 이용하다 무연고로 고독사하는 사람들…, 가진 것은 많지만 갈수록 외롭고 팍팍해지는 세상이다.

     ‘우리’가 사라지니 갓난아이 울음소리도 함께 사라진다. 현대인들은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아이들이 통통통 뛰어다니는 소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층간 소음으로 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결혼을 꺼린다. 결혼을 해도 아이 낳기를 꺼리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둘만 있고 ‘우리’는 점점 줄어들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러다 정말,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민족 혈통이 사라질까 염려스럽다. 점점 ‘우리’라는 혈통이 사라지면 나라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제주 송악산이 거의 중국인들의 땅으로 변해서 다시 거액을 들여서 사들이는 얼마 전의 소동이 비단 제주뿐이겠는가. 전국 곳곳의 땅이 중국 또는 일본 등 다국적 땅으로 변할까 심히 우려된다. 같은 혈통으로 옹기종기 모여 살며, 훈훈한 정을 느끼던 집성촌이 그립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지만, 우리 민족 고유의 혈통도 다시 챙겨봤으면 한다. 우리 젊은 국민이 결혼하여 행복하게 모여 잘 살 수 있는, 사회환경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다문화 민족과 더불어 살면서, 우리 민족의 계획적 인구정책 또는 평화적 통일정책도 절실히 필요하리라.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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